1936년 발표된 김동리의 단편소설 『무녀도』가 90년 만에 알마티 대학생들의 손을 거쳐 처음 카자흐어로 번역됐다.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역시 현지 학생들이 번역한 자막과 함께 상영되며 한국 문학과 애니메이션을 잇는 문화 교류의 장이 마련됐다.
주알마티 대한민국 총영사관(총영사 하태욱)은 『무녀도』 카자흐어 번역 출간을 기념해 11월 4일부터 6일까지 고려극장과 알마티 시내 키노포럼에서 안재훈 감독의 애니메이션 『무녀도』 상영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9월 한국에서 열린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와 한·카자흐스탄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간 문학과 문화예술 교류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알마티에서는 지난해 『메밀꽃 필 무렵』, 『운수 좋은 날』, 『소나기』 등 한국 단편소설 6편이 카자흐어로 번역된 데 이어 올해 『무녀도』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학교 한국학과 전공생들이 원작 번역을 맡았으며, 애니메이션 자막 작업에는 이 대학과 아블라이한 국제관계및세계언어대학교의 한국학과 전공생들이 참여했다.
아바간 아케르케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학교 극동학과장은 4학년 학생들이 카자흐어 자막 번역을 담당하고, 국제관계및세계언어대학교 학생들이 러시아어 자막 제작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학년의 학생들이 함께한 이번 작업이 한국 문학을 깊이 이해하고 한국 문화를 더욱 가까이에서 접하는 소중한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상영회 첫날 특별 상영은 카자흐스탄에서 한민족 문화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고려극장에서 열렸다. 행사장에는 알마티 주재 외교단과 고려인 동포를 비롯해 현지 대학의 한국학·한국어 전공생, 한인 유학생, 알마티한국교육원 수강생 등이 참석해 객석을 메웠다.
리 나탈리야 카자흐스탄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장은 상영회를 마련한 하태욱 총영사와 애니메이션 작품을 선보인 안재훈 감독, 그리고 행사에 함께한 관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안 감독을 향해 “이런 훌륭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뒤 “우리 극장에는 감독에게 큰 박수를 보내는 전통이 있다”며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냈고,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총영사관이 ‘최초의 K-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소개한 『무녀도』는 전통과 근대, 세대와 종교의 충돌 속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의 내면을 영상과 음악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는 2020년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인 콩트르샹(Contrechamp)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 총영사는 환영사에서 번역 작업에 참여한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영화 속 배경과 인물의 심리를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원작 소설도 함께 읽어보기를 권했다. 그는 “직접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문학 작품과 영상 콘텐츠를 함께 향유하는 의미를 강조했다.


고려극장에서 작품을 선보이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밝힌 안재훈 감독은 학생들의 번역 작업을 ‘필사’에 비유했다. 그는 “좋은 소설을 손으로 옮겨 쓰며 작가의 세계를 이해하듯이, 번역 과정에서 작품의 깊이를 헤아린 경험이 학생들의 마음속에도 차곡차곡 쌓여 갈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튿날인 5일에는 영화·애니메이션 전공 대학생들을 위한 특별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GV)가 이어졌다. 안 감독은 학생들과 만나 양국의 애니메이션 산업 현황과 전문 인력 양성, 향후 교류 가능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대학생들의 번역 작업에서 출발한 이번 상영회는 마지막 날인 6일 키노포럼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개 상영으로 이어지며 관객층을 더욱 넓혔다. 행사 마지막까지 영화에 대한 관심이 이어진 가운데, 한국 문학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양국 시민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 총영사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외래문화가 충돌하던 시대적 배경을 담은 이 작품이 카자흐스탄 관객들의 한국 사회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언어와 문학, 그리고 예술은 서로의 생각과 감정, 사상을 이해하고 교류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며 “문화예술 교류와 언어 소통이 앞으로 양국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협력의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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