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카자흐인이 처음 만나면 서로에게 외국인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만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너는 어느 루(씨족)에서 왔니?» 즉, 그 사람이 어디 출신이고 어느 씨족에 속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아래에서 같은 질문을 하는 틱톡 영상들과 루(Ru)의 이름이 적힌 카자흐스탄산 티셔츠를 볼 수 있다.

출처: Tiktok @ult_kazynasy @zaman_back_2_film
그렇다면 과거는 어떻게 현재 속에 존재할까? «주즈»부터 시작해 보자: 한 민족의 세 날개
카자흐 민족은 전통적으로 세 개의 주즈, 즉 울르 주즈(대주즈), 오르타 주즈(중주즈), 크쉬 주즈(소주즈)로 나뉜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세 개의 별개 민족이나 국가가 아니라, 수많은 씨족이 속해 있던 세 개의 큰 연합체이다. 이러한 구분은 카자흐 칸국 시기인 15~16세기에 형성되었다. 각 주즈는 여러 씨족(부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주즈(울르 주즈)는 제티수 지역을 포함한 남동부와 남부 지역을 차지했다. 중주즈(오르타 주즈)는 중부, 북부, 동부 지역에 자리 잡았다. 소주즈(크쉬 주즈)는 서부 지역을 차지했다.주즈의 구분은 어느 정도 지리적이기도 했다.
각 주즈는 저마다의 초원 영역과 유목 경로를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주즈는 사회를 조직하는 체계였다. 요새 성벽도 중앙 집권적 등록부도 없던 초원에서 주즈는 군대를 동원하고, 유목을 조율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각 주즈에는 저마다 유명한 재판관인 비가 있었다. 바로 톨레 비, 카즈벡 비, 아이테케 비이다. 알마티를 비롯한 카자흐스탄 도시들의 거리가 이 세 명의 비를 기려 이름 붙여졌기 때문에 이 이름들을 분명 들어 보았을 것이다.

주즈는 다시 루, 즉 씨족으로 나뉘었고 씨족은 더 작은 갈래로 나뉘었다. 루는 사람이 어디서 유목할지, 누구의 보호 아래 살지, 누구와 혼인할 수 있는지를 결정했다. 씨족의 소속은 아버지 쪽 혈통을 통해 이어졌고 친족에 대한 관념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이었다. 같은 씨족의 일원이 곤경에 처하면 도와야 했다. 구성원 한 사람의 잘못에 대해 친족 집단 전체가 책임을 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씨족의 명예는 모든 구성원이 함께 지켜야 했다.
여기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것이 «제티 아타» – «일곱 조상»이라는 규범이다. 전통적으로 카자흐인은 7대 조상까지의 이름을 알아야 했다. 이는 단순히 아름다운 전통에 그치지 않았다. «일곱 조상» 규칙은 족외혼, 즉 7대 이내에 공통 조상을 둔 사람들 사이의 혼인 금지의 토대가 되었다. 오랫동안 문자 기록이 없었던 사회에서 이것은 서로 다른 씨족 간의 유대와 혼합, 결속으로 이루어지는 건강한 씨족 관계 체계를 유지하게 해 주는 중요한 장치였다.
셰지레: 노래로 전해지는 족보
셰지레는 카자흐인의 전통적인 족보로, 개인과 조상, 씨족의 기원과 역사를 기록하거나 구전으로 전승하는 것이다.
이 단어 자체는 «나무, 가지, 줄기»를 뜻하는 아랍어 «샤자라»에서 유래했다. 매우 상징적이다. 하나의 줄기에서 가지가 뻗어 나오고, 그 가지가 다시 점점 더 작은 가지로 갈라지기 때문이다.
셰지레는 오랫동안 구전으로 전해졌다. 그것을 지키는 이들은 시인이자 가수인 아킨과 지라우, 그리고 수십 세대를 막힘없이 읊을 수 있는 원로들이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의 이름을 거의 기도문처럼 외우도록 배웠다. 이후 구전 전통은 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했다. 셰지레는 씨족의 기원뿐 아니라 씨족들이 어떻게 이주해 정착했는지, 어떻게 동맹을 맺고 서로 교류했는지도 들려준다.
셰지레는 전자 형태로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의 족보를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가 있다(tumalas.kz).아래 사진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는데 세 주즈에서 시작해 현재의 후손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대의 계보가 나타나 있다.

오늘날의 의미
소련의 러시아화 정책, 집단 학살, 종교 금지 이후 오늘날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자신의 족보를 복원하고, 조상의 고향인 아울(마을)을 찾아가며 각자의 가족 셰지레를 만들고 있다. 또한 오늘날 카자흐스탄 문학에서는 역사적 기억과 자신이 속한 민족 및 문화와의 연결이라는 주제가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민족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민중의 삶을 묘사하고 언어, 전통, 조상이 남긴 지침의 역할을 다루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예를 들어 무흐타르 샤하노프의 소설 «문명의 오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사회의 발전과 전통의 중요성이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또 다른 작가들은 과거를 되돌아본다. 마리야 오마르의 책 «꿀과 약간의 쑥»은 한 가족의 세 세대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며 자기 뿌리에 대한 소속감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글머리의 영상에서도 사람들이 자신의 주즈와 루의 이름을 자세히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카자흐인에게 자신의 기원과 조상을 기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며 기도할 때도 카자흐인은 종종 «아루악타르 콜다슨! 아타-바바 콜다슨!»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이는 «우리 조상의 영혼이 우리를 지켜 주고 보호해 주시기를»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카자흐인에게 셰지레는 단순한 족보가 아니라 역사적 기억과 민족 정체성의 일부이다. 자신의 뿌리를 아는 것은 민족의 역사 속에서 자기 자리를 깨닫고, 문화와의 연결을 느끼며 어떤 가치가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지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역사적 격변과 전통의 상실, 언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조상에 대한 관심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 «조상의 영혼이 우리를 지켜 주시기를»이라는 말이 여전히 의미를 지니는지도 모른다. 이 말에는 세상을 떠난 세대에 대한 존경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존재하게 해 준 이들과의 보이지 않는 끈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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