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은 다민족 국가로서 독특한 언어 환경을 가지고 있다. 국가 공용어는 카자흐어이지만 러시아어 역시 교육, 비즈니스, 언론, 공공기관 및 일상생활 등 사회 전반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카자흐스탄 헌법 개정안에서 러시아어 관련 조항의 표현이 변경되었다. 이전에는 “러시아어는 카자흐어와 동등하게 사용된다”라고 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카자흐어와 함께(наряду) 공식적으로 사용된다”라고 수정되었다. 이는 카자흐스탄에서 카자흐어가 점차 더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러시아어를 배제하거나 차별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가 언어인 카자흐어의 기능과 위상을 강화하려는 언어 정책적 조정으로 볼 수 있다.
카자흐스탄 언어 상황의 가장 큰 특징은 국민 상당수가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를 모두 자유롭게 구사하는 이중언어 사용자라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역사적 배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 카자흐스탄은 약 70년 동안 소련의 구성국이었으며 당시 러시아어는 민족 간 의사소통을 위한 공용어 역할을 수행하였다. 또한, 스탈린 시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인해 다양한 민족 집단이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하게 되었고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120개 이상의 민족이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은 러시아어의 사회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의 언어 상황은 여러 가지 모순과 과제를 내포하고 있다. 카자흐어가 카자흐 민족의 모국어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안 일부 카자흐인들은 카자흐어를 충분히 구사하지 못하였다. 사회 담론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종종 ‘맹쿠르트(мәңгүрт)’라고 불렀는데, 이는 자신의 뿌리와 문화, 민족 정체성을 잊어버린 사람을 의미한다. 비록 이 표현은 감정적이며 다소 비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의 존재 자체는 수십 년에 걸쳐 사회에서 진행되어 온 언어적·문화적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러시아어는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언어로 인식되어 왔다. 10~15년 전만 하더라도 러시아어 능력은 개인의 사회적·직업적 기회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전문 인력은 취업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며 러시아어 구사 능력은 높은 교육 수준과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반면 카자흐어는 유창하게 구사하지만 러시아어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사회적 제약이나 편견, 심지어 조롱을 경험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이러한 상황은 점차 변화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서 카자흐어와 민족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모국어의 보존과 발전이 민족 정체성 형성의 핵심 요소임을 인식하고 있다. 동시에 카자흐어의 활성화는 러시아어를 배제하거나 그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어인 카자흐어가 사회에서 보다 적절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언어 환경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정보 환경에서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과거에는 카자흐어로 제작된 교육 및 오락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부족했지만 오늘날에는 팟캐스트, 블로그, 유튜브 채널, 온라인 매체, 교육 플랫폼 등 다양한 형태의 양질의 카자흐어 콘텐츠가 활발히 생산되고 있다. 또한 젊은 세대는 소셜미디어에서 카자흐어를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현대 미디어는 카자흐어를 보다 매력적이고 활용도 높은 언어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현대 카자흐스탄의 언어 상황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카자흐스탄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설문에는 다양한 민족 배경을 가진 총 36명이 참여하였다. 연령대는 18세 미만 2명, 18~25세 24명, 25~35세 2명, 35~45세 4명, 45~60세 4명으로 구성되었다. 성별은 여성 24명, 남성 12명이었다. 민족 구성은 카자흐인 30명, 위구르인 2명, 고려인 2명, 러시아인 2명이었다.
응답자의 83.3%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16.7%는 농촌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직업과 전공 분야 또한 매우 다양하였다. 응답자 중에는 경영학 전공 학생, IT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소프트웨어 개발자, 동양학 전공자, 번역가 및 동시통역사, 영어·중국어 교사, 디자이너, 건축가, 트레이너, 회계사, 의사, 문헌학자, 법률가, 그리고 여러 명의 학생이 포함되어 있었다.
응답자의 75%는 카자흐어를 모국어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11%는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응답하였다. 또한 11%는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를 모두 모국어로 인식하였다. 이 외에도 2명은 러시아어와 위구르어를 모국어라고 응답하였다.
가정 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에 대한 질문에서는 15명이 카자흐어를, 11명이 러시아어를 사용한다고 응답하였으며, 10명은 두 언어를 비슷한 비율로 사용한다고 답하였다.

반면 학교 및 직장 환경에서는 러시아어 사용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44%). 카자흐어 사용 비율은 22%로 러시아어의 절반 수준이었으며, 27%의 응답자는 두 언어를 모두 사용한다고 응답하였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를 얼마나 자주 전환하여 사용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거의 절반이 ‘매우 자주’라고 답하였다. ‘자주’와 ‘가끔’이라는 응답은 각각 25%와 22%를 차지하였으며, 단 한 명만이 언어를 전환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카자흐어의 현재 상황에 대한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카자흐어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7명은 카자흐어가 지배적인 언어라고 응답하였고, 3명은 안정적인 상태라고 평가하였으며, 7명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러시아어의 경우 13명이 여전히 지배적인 언어라고 응답하였으며, 15명은 안정적인 상태라고 평가하였다. 또한 4명은 러시아어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았고, 나머지 4명은 약화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이 결과를 통해 러시아어를 지배적인 언어로 인식하는 응답자가 카자흐어를 지배적인 언어로 인식하는 응답자보다 약 두 배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 사회에서 이중언어 사용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답변이 제시되었다. 응답자들은 이중언어 사용이 시야를 넓히고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하며, 취업 경쟁력을 높여 준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유연한 사고 능력의 향상, 국제적 의사소통의 확대, 다양한 민족 집단 간 원활한 소통, 교육 및 경력 개발 기회의 확대 등이 주요 장점으로 언급되었다.

특히 카자흐스탄이 다민족 국가라는 점에서 이중언어 사용은 사회 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러시아어를 통해 구소련 국가들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제시되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응답자들은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개인의 지적 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교육, 취업, 사회적 교류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하였다.
이어 ‘현재 카자흐스탄의 언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제시되었다. 응답자들은 국가 차원의 카자흐어 우선 정책, 공무원 특히 고위 공직자의 낮은 카자흐어 구사 능력, 정치 담론이 러시아어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현실 등을 주요 문제로 지적하였다.

또한 카자흐어로 된 전문 서적과 학술 자료의 부족, 교육기관에서의 카자흐어 활용 부족, 과학 및 의학 분야에서의 카자흐어 자료 부족 등도 문제점으로 언급되었다. 일부 응답자는 카자흐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배우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특히 도시 지역의 카자흐인들조차 일상적으로 러시아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 결과 카자흐어를 모르는 사람들조차 러시아어만으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느끼게 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또한 카자흐어에 대한 존중 부족, 언어 선택에 따른 차별, 일부 카자흐인들의 모국어 사용 기피 현상 등이 언급되었다. 반면 두 명의 응답자는 특별한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카자흐어가 카자흐스탄의 국가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러 과제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공직 사회에서의 카자흐어 활용 부족, 러시아어 중심의 정치 담론, 카자흐어 전문 학술 자료의 부족 등이 주요 문제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들에게 언어 사용으로 인해 차별이나 편견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 질문하였다. 그 결과 응답자의 약 절반이 그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과거 카자흐스탄에서는 러시아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였으며, 약 10~15년 전에는 러시아어가 카자흐어보다 더 우선시되고 사회적으로 더 높은 지위를 가진 언어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어 화자 역시 언어적 차별을 경험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한 응답자는 어린 시절 도시 지역 친척들로부터 러시아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또 다른 응답자는 도시 사람들에게 카자흐어로 말하라고 요구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이는 일부 사람들이 다른 언어를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한 응답자는 학교에서 카자흐인이 아니면 카자흐어를 잘할 수 없다는 교사의 편견으로 인해 정답을 맞추고도 낮은 점수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또 다른 응답자는 직장에서 러시아어 사용이 사실상 요구되는 환경을 경험했다고 답하였다.
설문 참여자의 98%가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어떤 언어로 설문에 응답하는 것이 더 편했는가?’라는 질문을 제시하였다. 그 결과 19명은 러시아어가 더 편하다고 응답하였으며, 17명은 카자흐어가 더 편하다고 응답하였다.
종합하면, 카자흐스탄의 언어 상황은 단순히 두 언어가 공존하는 형태를 넘어 역사적·사회적 배경 속에서 형성된 독특한 이중언어 체계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카자흐어의 기능 확대와 동시에 언어 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교육, 행정, 학술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지원과 정책적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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