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경 前 함평손불중학교 교장
엊그제 카자흐스탄을 다녀왔다. 대학동아리 OM회에서 지난 해 대만에 이어 올해 여행지로 이곳을 정한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에서 총영사를 지낸 선배가 나섬에 따라 카자흐스탄 여행이 본격 추진됐다. 4기부터 20기까지 모두 19명이 이 여행에 참여했다. ‘마음의 벽을 허물고 흩어진 힘을 하나로’라는 구호 아래, 우리는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되고 한마음이 되곤 했으며 이번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첫 날, 알마티 소재 고려일보사를 방문했다. 한국어·러시아 혼용의 고려인 동포 사회의 대표적인 신문으로 꼽힌다. 1923년 창간 이래, 고려인 강제 이주 등 역사적 수난 속에서도 한글과 고려인 문화를 지켜온 유서 깊은 언론사다. 현재 매주 1회 신문이 발행되며 카자흐스탄 전역으로 신문이 배포된다. 우리는 신문사를 돌아보면서 고려일보의 남다른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우리는 우슈토베로 향했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고려인이 첫발을 디뎠던 곳이다. 알마티에서 왕복 8시간이 걸리는 곳에 위치해 일반인들의 여행 코스에선 보기 힘든 장소로 꼽힌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곳을 일부러 찾았다. 기차역은 내부가 공사 중이어서 철길에서만 잠깐 머물렀다. 그 당시, 추운 겨울에 칼바람이 부는 황무지에 내렸을 고려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왔다.
헬렌 박 선교사가 설립하고 현재는 고려인 목사님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고려인 기념관’으로 향했다. 기념관 내부에서 고려인 기념관 설립 목적, 그 당시 처절했던 우슈토베의 상황, 황무지를 옥토로 일군 민초와 영웅들의 이야기, 고려극장, 고려아리랑에 관한 글들을 읽었다. 고려인들이 최초로 생활했던 토굴, 닭장, 감자 저장고, 욕실 등도 전시돼 있었다. 특히 한야꼬브 작곡, 김병학 작사로 2014년 12월에 만들어진 고려아리랑 노래 가사가 눈에 들어왔다. “원동 땅 불슬리에 실려서 카작스탄 중아시아 러시아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도 우리는 한가족 고려 사람~” 나오면서 우리의 뜻을 모아 목사님에게 소정의 금액을 기부했다.
홍범도 장군이 말년에 경비원으로 일하던 크즐오르다 고려극장이 1968년에 이전해 지금은 알마티에 있다. 고려극장은 1932년에 창립돼 지금까지도 고려인 동포들에게 한국어와 한민족의 전통문화, 예술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알마티는 도시 어디에서나 천산 산맥의 눈 덮인 산을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다. 그곳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는 차른협곡, ‘천산 산맥의 진주’라고 불리는 콜사이 호수, 물 위로 솟아오른 전나무들이 마치 호수 위에 침을 꽂아 둔 것 같은 기묘하고 신기한 카인디 호수, 검고 웅장한 불랙캐넌 등을 볼 수 있다. 멀리에서만 보던 천산의 한 봉우리인 짐볼락을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니 눈이 녹아내리는 광경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멋진 풍경 안에서 선배님의 하모니카 연주를 감상한 뒤 물멍을 즐기고, 7080노래를 합창하며 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교향곡을 만들어 냈다.
마지막 날, 카자흐스탄의 수도인 아스타나에 갔다. 석유를 비롯한 풍부한 천연 자원 덕분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특히 ‘대통령궁-바이테렉타워-한 사트로’로 직선으로 길게 뻗은 길은 좌우로 독특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서 예술의 도시를 걷는 느낌이었다. 그곳은 시원한 분수대와 넓은 공간이 펼쳐져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도 안성맞춤이었다. 카자흐스탄의 초대 대통령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는 29년의 장기집권이 실책으로 남지만, 다민족 화합을 위한 카자흐스탄 민족 회의 창설, 소수 민족의 문화와 예술 지원, 러시아어와 카자흐의 공용 사용, 민족에 상관없이 시민권 기반의 정치 등을 펼쳐서 민족 간의 갈등을 없애고 나라를 안정시킨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점은 현재 우리에게도 깊은 교훈을 준다.
포용의 나라, 카자흐스탄에게는 한없는 응원의 박수를, 함께 한 대학동아리 선후배님들에게는 감사의 인사를 공손하게 전한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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