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혼인은 음양(陰陽) 즉 남성과 여성의 조화와 생명의 존재 원리를 상징하는 자연의 법칙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혼인이 성립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신랑과 신부가 동일한 본관(本貫)에 속하지 않는 것이었다. 젊은 남녀가 서로 다른 외혼 집단에 속할 경우, 공식적인 혼인 체결에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혼인이 결정되면 먼저 신랑 측 가족들은 가족회의를 열어 결혼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였다. 이후 정해진 날에 중매인과 신랑 측 친척들이 예물을 가지고 신부의 집을 방문하였다. 이들은 주로 신랑의 부모, 친척, 그리고 신부 집안을 잘 아는 가까운 지인들로 구성되었으며, 전통적으로 방문 인원은 홀수여야 한다고 여겨졌다. 신부의 집에 도착한 후 양가 가족들은 혼사에 대해 의논하였다. 신부의 부모는 딸의 의사를 확인하고 결혼에 대한 동의를 구하였다. 신부가 승낙하면 신랑을 집 안으로 불러들이고, 양가 부모는 두 사람의 혼인을 공식적으로 허락하였음을 선언하였다. 중매가 성사된 후 약 한 달이 지나면 공식적인 약혼식이 거행되었다. 약혼식은 일반적으로 신부의 집에서 열렸으며 행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신랑 측에서 부담하였다. 이 자리에서 양가 가족들은 예물을 주고받고 결혼 날짜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였다. 또한 결혼식을 앞두고 신랑의 집에서는 신부의 집으로 ‘함(函)’이라 불리는 혼수 상자를 보냈다. 함 안에는 신랑의 편지와 비단 그 밖의 다양한 예물이 담겨 있었다. 이러한 의례는 신랑 측의 진심 어린 혼인 의사와 신부 집안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상징하였다. 전통 혼례는 일반적으로 신부의 집 마당에서 거행되었다. 결혼식 당일, 하객과 의례 준비가 마무리되면 신랑과 신부는 의식을 위해 마당으로 내려오게 된다. 이때 앞에는 등불을 든 아이들이 길을 인도하고, 그 뒤를 신랑, 그리고 마지막에 신부가 따르는 순서로 행렬이 이루어진다.
이후 두 사람은 혼례상 앞에 동서 방향으로 자리를 잡는다. 신랑과 신부는 먼저 손을 씻는 의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한 뒤, 서로를 향해 큰절을 올리는 교배례(交拜禮)를 진행한다. 교배례는 두 사람이 부부로서 서로에게 예를 갖추고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하는 가장 핵심적인 의식이다. 전통적으로 이 의식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신부는 시종의 부축을 받아 신랑에게 두 번 절을 올리고, 신랑은 한 번 답례한다. 이어 신부가 다시 두 번 절하면 신랑이 한 번 더 답한다. 이러한 절차는 여성은 음(陰), 남성은 양(陽)이라는 전통적 세계관에 따라 각각 다른 횟수의 절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교배례가 끝난 후 두 사람은 혼례의 성립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며, 본격적인 부부로서의 의식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후에는 폐백(幣帛) 의례가 이어진다. 신랑과 신부는 신랑의 부모에게 큰절을 올리고 음식을 대접하며 공경의 뜻을 나타낸다. 이에 부모는 새 부부를 축복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과 많은 자손을 이루기를 기원한다.
이처럼 동일한 본관 출신 간의 혼인을 금지한 한국의 전통은 카자흐스탄의 혼인 관습과도 유사한 점을 보인다. 카자흐족 역시 혈연관계를 중요하게 여겼으며, 같은 조상으로부터 이어진 친족 간의 결혼을 엄격하게 제한하였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아다트(Adat)’라고 불리는 전통 관습법에 따라 최소 7대 이내의 공통 조상을 가진 같은 씨족 구성원 간의 혼인이 금지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카자흐인들은 자신의 계보를 7대 조상까지 기억하고 전승해 왔다. 이와 같은 전통은 혈통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근친혼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규범으로 기능하였다.
전통적으로 카자흐인들은 아들이 성인이 되기 훨씬 전부터 신붓감을 찾기 시작하였다. 부모들은 여러 마을을 방문하며 가문의 명성, 가계, 그리고 예비 신부의 품성과 건강 상태 등을 살펴보았다. 적합한 신붓감을 찾으면 상대 집안에 혼담을 제안하였다. 때로는 친분이 두터운 가문들 사이에서 태어나지 않은 자녀 또는 어린 자녀들을 장차 혼인시키기로 미리 약속하기도 하였는데, 이를 ‘벨 쿠다(Bel quda)’라고 불렀다. 또한 ‘크즈 코루(Kyz koru)’라는 풍습도 존재했는데, 이는 젊은 남성이 직접 신붓감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는 주로 명문 가문의 자제나 전쟁에서 공을 세운 영웅, 또는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허용되었다. 카자흐족의 혼인 과정은 여러 단계의 혼례 절차를 거쳐 이루어졌다. 먼저 ‘자우시(Zhaushy)’라 불리는 첫 번째 중매인이 신부의 아버지를 찾아가 혼인을 제안하였다. 제안을 수락받으면 중매인은 말을 선물로 주었고, 신부 측은 답례로 축제용 차판(전통 겉옷)을 입혀 주었다. 그 후 신랑의 아버지가 직접 신부의 집을 방문하여 ‘쿠다 투수(Kuda tusu)’라 불리는 공식적인 혼담이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양가의 가장들은 함께 음식을 나누고 선물을 교환하며 혼인을 공식적으로 약속하였다. 이 단계부터는 사실상 혼인 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이를 파기할 경우 일정한 배상을 해야 했다. 마지막 단계인 ‘바타 아약(Bata ayaq)’에서는 결혼 날짜, 혼례 비용, 지참금 등 결혼과 관련된 세부 사항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였다. 또한 신랑 측은 ‘칼른 말(Qalyn mal)’이라 불리는 예물을 신부 측에 전달하였다. 이는 주로 가축이나 말의 형태로 제공되었으며, 그 규모는 가문의 경제적 수준에 따라 달랐다. 모든 중매 절차가 끝난 후, 예비 신랑은 처음으로 예비 신부를 방문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그는 신부의 가족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올리 티리(Oli tiri)’라는 예물을 보내야 했으며, 이후에야 신부가 살고 있는 마을을 방문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결혼식이 다가오면 신부의 집에서는 ‘크즈 우자투(Qyz uzatu)’라 불리는 송별 의식이 거행되었다. 이 의식은 신부가 부모와 친족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중요한 행사였다. 신랑 측에서는 보통 15~20명의 친척과 하객이 참석하였으며, 신랑은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나타나 자신의 신분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신부에게는 전통 혼례용 머리 장식인 ‘사우켈레(Saukele)’를 씌우는 ‘사우켈레 키기주(Saukele kigizu)’ 의식이 진행되었다. 사우켈레는 신부 혼례 복장 중 가장 값비싼 장식으로 여겨졌으며, 이를 신부에게 씌우는 일은 가장 경험 많고 존경받는 여성에게 맡겨졌다. 이 머리 장식은 신부가 결혼 생활로 들어감을 의미하며, 동시에 처녀 시절의 자유롭고 평온한 시절과의 이별을 상징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는 신부의 지참품을 공개하고, 혼례를 위해 사용되었던 유르트를 정리하며, 신부가 새로운 가정으로 떠날 준비를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는 다양한 부수 의례와 선물 교환이 수반되었다. 신부는 가족과 친척들에게 작별을 고하였으며, 마을에서는 승마 경기와 전통 노래 공연 등 다양한 축하 행사가 열렸다. 이후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 신부는 지참품 행렬과 함께 신랑의 집으로 향하였다. 이때 신부는 작별의 노래를 부르고, 젊은이들은 전통 혼례가인 ‘자르자르(Jar-Jar)’를 부르며 그녀를 배웅하였다.
신부를 태운 행렬이 마을에 도착하면, 신부는 곧바로 신랑의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일정한 거리에서 내려 마을의 젊은 여성들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였다. 이는 마을 사람들이 신부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풍습이었다. 이동 과정에서 신부에게는 ‘샤슈(Shashu)’라 불리는 의례가 행해졌는데, 이는 사탕과 동전을 뿌리며 축복과 행복을 기원하는 전통이다. 신부는 신랑 집의 문턱을 오른발로 넘으며, 깊은 절을 올리고 입장하였다. 이후 ‘베타샤르(Betashar)’ 의식이 진행되어 신부의 얼굴이 처음으로 모든 하객에게 공개되었다. 이 과정에서 신랑의 어머니가 신부를 맞이하며 입맞춤을 하고, 신부의 베일을 거두는 절차가 이루어졌다. 베일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쿠미스가 담긴 그릇에 묶였는데, 이는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행위였다. 이후 혼례 잔치가 이어졌다. 잔치가 끝난 뒤에는 신부가 기혼 여성으로서의 새로운 지위를 갖게 되었음을 상징하는 의례가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신부는 처녀 시절의 모습을 벗어나 새로운 가정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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