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자흐스탄에서 신생아가 길거리나 쓰레기통, 하수시설 등에서 발견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여성들이 왜 출산 직후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는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텡그리뉴스는 심리 전문가와 위기지원단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개별 사건을 넘어 성교육 부족과 가족의 압박, 사회적 고립 등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지난 9월 잠빌주에서는 쓰레기통에서 신생아 여아가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고, 경찰은 하루 뒤 37세 어머니를 체포했다. 이 여성에게는 네 명의 자녀가 더 있었으며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타라즈에서는 탯줄도 정리되지 않은 신생아 여아의 시신이 수로에서 발견됐다. 7월에는 아스타나의 한 주택 하수시설에서 신생아 시신이 발견돼 29세 여성이 체포됐고, 5월에는 악토베에서 중학생들이 쓰레기장 인근에서 신생아 남아가 든 봉지를 발견했다. 이 아이는 살아 있었으며 위탁가정에 맡겨졌다.
카자흐스탄 형법상 출산 중 또는 직후 어머니가 신생아를 살해한 경우에는 제100조가 적용될 수 있으며 최대 4년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다. 해당 시기가 지나면 일반 살인죄인 제99조가 적용된다.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제100조에 따른 사건은 2020년 6건, 2021년 6건, 2022년 8건, 2023년 5건, 2024년 4건, 2025년 5건으로 최근 6년간 모두 34건이었다. 아이가 살아 있는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위험에 처한 사람을 방치한 혐의인 제119조가 적용될 수 있다. 이 조항에 따른 사건은 2025년 16건, 2026년 8월까지 10건이었지만 신생아뿐 아니라 노인과 중증 환자 등 모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포함한 수치다.
심리학자 빅토리아 크냐제바는 의료진과 가족의 도움을 받는 일반적인 출산도 신체에 극심한 스트레스가 되며, 혼자 두려움 속에서 출산할 경우 통증과 호르몬 변화로 급성 해리 상태가 나타나 현실 판단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산기 심리학자 마리나 시르부는 출산 직후 모든 여성이 즉각적인 모성애를 느끼는 것은 아니라며, 아이와의 유대는 돌봄과 접촉을 통해 점차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신 자체를 심리적으로 부정해 임신 사실이나 신체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알마티에서 관련 활동을 해온 공익재단 ‘아나 우이(Ана Үйі)’의 아미나트 자푸예바 지역대표는 주요 위험요인으로 성교육 부족, 가족의 반응에 대한 두려움, 아이 아버지의 지원 부재를 꼽았다. 특히 위기 상황의 여성 90%가 파트너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자푸예바 대표는 학교와 대학 등을 찾아가 청소년들에게 임신과 피임, 성관계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설명하고 있지만, 일부 학교와 학부모는 이런 주제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크냐제바 역시 가정과 학교에서 성관계와 임신, 피임 등에 관한 기본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여전히 금기시되는 분위기를 문제로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임신을 예방하는 방법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임신이 발생했을 때 어디에서 익명으로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폭력 경험, 진단되지 않은 정신질환, 가족의 강한 압박과 수치심을 일컫는 우얏(ұят),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는 사회적 고립 등이 겹칠 수 있다. 미성년자의 경우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해 부모의 서면 동의가 필요한 점도 위기 상황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임신과 출산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집중되면서 남성이 책임을 회피하는 현실과 법적 권리에 대한 정보 부족도 문제라고 봤다.
현재 내무부는 전국 161개 가족지원센터와 30개 위기센터, 약 30개 비정부기구와 협력하고 있으며 2026년 들어 4천 명이 넘는 사람을 관련 기관에 연계했다. 그러나 임신 사실을 숨기는 여성은 의료·사회복지 체계에 등록하지 않거나 다른 도시로 이동해 지원망에서 빠지는 경우가 있어 조기 발견에 한계가 있다.
이런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아기상자(베이비박스)를 제시한다. 카자흐스탄에는 ‘희망의 요람’ 프로젝트를 통해 예시크와 알마티주 카라사이 지역 등에 아기상자가 설치돼 있다. 한 곳에서는 4년 동안 신생아 2명이 안전하게 맡겨졌고, 아이를 두고 가려던 여성 15명은 지원 정보를 받은 뒤 마음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국적으로 제도가 확산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아기상자를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최후의 안전장치로 보고 있다.
텡그리뉴스는 신생아 유기 문제를 단순히 출산한 여성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위기에 놓인 여성이 가족과 사회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성교육과 상담, 의료·사회복지 지원체계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신생아 유기를 막기 위해서는 사건이 발생한 뒤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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