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공인 산악가이드 강동희
2025년 12월 18일, 중소기업연합회 송년회 자리가 한창 무르익고 있을 때였다. 산악구조대 단체 대화방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부타코프스키 협곡 인근에서 조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지역은 킴아사르 계곡, 푸르마노바 봉, 부타콥카 폭포, 부크레바 봉 등으로 이어지는 알마티 인근의 대표적인 등산로이다.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 없이 트레킹만으로 정상에 접근할 수 있어 등산 경험이 많지 않은 일반인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곳이다.(험하지 않지만 결코 쉽지는 않음)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왜 이런 곳에서 사고가 발생했을까?” 사고 발생 이틀 뒤 이 일대를 지나던 등산객에 의해 시신이 발견되었다. 통상적으로는 사고 경위나 구조 과정이 비교적 상세히 보도되지만 유가족의 뜻에 따라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사고도 그러한 거 같아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험준하지 않은 곳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연이어 터진 또 하나의 비극.
12월 26일, 불과 일주일 만에 또 다른 조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은 믕즐키 댐과 빙하연구소가 위치한 투육수 계곡이었다. 드론과 수색견, 금속 탐지기까지 총동원된 이틀 밤낮의 대규모 수색 끝에 눈사태에 매몰된 세 명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연속으로 발생한 두 건의 산악 사고와 구조 실패로 인해 산악계 전반은 깊은 침체에 빠져 있다. 아울러 국가재난관리국의 입산 통제 강화와 사전 신고제 도입이 이번 사건을 개기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의 산악사고는 거의 매일 발생한다.
카자흐스탄의 산악 사고는 특정 시즌에만 발생하지 않는다. 경험자와 초보자를 가리지 않고 현지인과 관광객을 가리지 않으며 거의 매일 발생한다. 나는 이곳에 거주하는 교민은 물론 천산을 트레킹하려는 관광객들에게 공인산악가이드로서 자신 있게 조언한다. 등산과 관련된 일반적인 주의사항은 넘쳐나니 제외하기로 하고 알마티 산악지대에서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동료 산악인들로부터 보고 듣고 직접 체험한 것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알마티 산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10가지
1. 유튜브 블로그 정보는 참고만 하라.
그 정보는 그날 그 시간의 단편적인 기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상에서 봤던 아름다운 그곳을 준비없이 단행하지 말자. 알마티의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지 않으며 표지판에 표시된 거리와 시간은 물론 심지어 방향까지 틀린 경우도 있다. 쓰러진 나무나 무너진 암석, 끊어진 등산로와 다리 등이 그대로 방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2. 산에서 만난 현지인의 말을 신뢰하지 마라.
외국인에게 뭐라도 알려주려고 하지만 그 정보가 틀린 경우가 많다. 산에서 만난 현지인들 역시 그날 처음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의 마음만 감사하게 받고 정보는 흘려라. 오히려 사전에 준비를 한 당신이 그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 수 있다.
3. 한여름에도 방한 대비를 하라.
해발 3,000m 이상에서는 한 여름에도 쌀쌀하며 해가 지거나 구름에 가리기만해도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한여름에도 추울 수 있으며 한겨울에도 포근할 때가 있다. 일기예보는 참고만 하라. 예보는 알마티 도시 기준이다. 산의 날씨는 도시와 전혀 다를 수 있다.
4. 알마티 산악 지역 대부분은 통신이 되지 않는다.
도시가 보이는 능선이나 봉우리로 올라가면 통신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통신 가능 지역은 통신사마다 다르다. 현지 SIM을 사용할 경우 일행들끼리 서로 다른 통신사를 사용하면 서로 보완이 된다.

5. 등산로에 종종 보이는 빨간색 컨테이너 건물은 대피소다.
보통 3명이 쉴 수 있는 침대가 비치되어 있다. 전기와 통신 시설이 갖춰져 있고 화목 난로가 설치되어 있다. 물과 약간의 식량도 구비되어 있다. 하지만 전기와 통신 장비는 작동이 안되는 경우가 많으며 물과 식량도 없는 경우가 많으니 이 시설을 전적으로 의지해선 안된다. 장작이 없는 경우 주변에서 구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작은 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법적으로 벌목은 금지돼 있지만 얼어 죽느니 벌금을 내도록 하자. 해발 3000미터 이상에는 나무도 구할 수가 없으니 이 점 주의하시라. 몇 군데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피소는 깊은 산중에 있으며 선점한 사람이 임자다.
6. 알마티 산에는 방목하는 가축과 야생동물들이 많다.
대부분 온순한 초식동물이지만 다가갈 경우 공격할 수 있다. 야영 시 음식물 관리를 잘못할 경우 오소리, 살쾡이, 들쥐들이 모여 드니 밀봉하여 나무에 외줄로 걸어 보관하자.
7. 산행 시 지인들과 채팅앱 위치 공유 기능을 활용하라.
산행 중 사진이나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노련한 구조대원은 이동 경로나 사진 한 장만으로도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
8. 카자흐스탄 표준시가 1시간 조정되면서 과거보다 해가 더 빨리 진다.
겨울철에는 늦어도 13시면 하산을 단행해야 한다.
9. 등산로에 설치된 약수터 물은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고지대 맑은 빙하수 경우 맑고 청명해 깨끗할 거라 생각하지만 마실 경우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약수터든 빙하수든 끓여 마시도록 하자.

10. 가까워 보이는 산이 결코 가깝지 않다.
“이쯤 왔으니 끝까지 가자”는 심리로 인해 체력 고갈, 하산 지연, 배터리 방전, 추위, 어둠, 조급함이 더해져 사고로 이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쉼불락 ①곤돌라 종점에서 전방 돌산(치칼로프 봉)을 바라봤을 때 좌측 쉼불락 봉이(사진 촬영한 장소) 그러하고 우측으로 가면 ②모레인(빙하지대 종단 빙퇴석), ③바그다노비챠빙하 얼음 동굴과 ④누나탁(빙하지대 안에 있는 말귀 모양의 작은 봉우리)들이 있는데 그곳이 그러하다. 손앞에 잡힐 듯 가까이 있지만 가도가도 끝이 없다. 특히 ④번 누나탁이 주변 4000미터급 고봉들의 베이스캠프로서 한여름에도 얼음을 밟을 수 있는 곳이다 보니 많은 관광객들이 반바지, 반팔 차림으로 가곤하는데 이곳은 안개와 우박이 잦으며 하루에도 수백회 낙석이 떨어지는 너덜지대이다. 나는 이곳에서 바위틈에 숨어 떨고 있는 관광객들에게 옷을 챙겨준 경험이 몇 차례 있다.

알마티 천산은 정말 아름답기가 한량 없는 곳이다. 우람한 봉우리와 평온한 호수, 광활한 초원과 깊은 계곡 등 눈에 담을 수 없는 절경이 넘쳐난다. 이 아름다움은 당신이 안전하게 집에 돌아왔을 때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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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감사합니다^^ 공인 전문산악인님..
겨울 산행에 많은 주의를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