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졸업을 축하합니다!_이병조(카자흐국립대 한국학과 교수)

7월 둘째 주에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 중앙도서관에서는 지난 4년의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는 뜻깊은 동방학부 학생들의 졸업식이 있었다. 밝은 미소와 웃음을 머금은 졸업생들이 저마다 멋지게 졸업복을 차려입고 의식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물론 그 무리 속에는 자식과도 같은 36명의 한국학과 졸업생들도 함께 하고 있었다. 졸업생들 모두 2020년 가을에 입학한 코로나 세대이다. 19학번 선배들과는 달리 아슬아슬하게 한국에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기회를 갖고 졸업할 수 있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고, 해당 업무를 담당했기에 개인적으로 특별히 더 기쁘게 생각한다. 품 안의 자식이라 했듯이, 전통의 화살처럼, 언젠가는 떠나 보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작별의 시간은 너무도 빠르게 다가온다. 그들을 떠나 보낼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여전히 되어있지 못한데도 말이다.

금년에도 카자흐국립대는 대학 전체적으로 학사와 석·박사 과정을 모두 포함하여 6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시켰다. 이 중 필자가 속한 동방학부에서도 120여명이 졸업을 했다(한국학과 36명). 경쾌한 음악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동방학부의 졸업식은 시작되었다. 졸업생들에게는 전통에 따라 졸업성적 기준으로 각기 붉은색 졸업장과 파랑색 졸업장이 주어졌다. 하지만 색깔에 관계없이 그들 모두 나에게는 ‘붉은색 졸업장’ 수상자들이다. 함께하신 부모님들도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졸업장을 받는 자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히 움직이셨다. 염 나탈리야 동방학부장은 축하인사말에서, «여러분들은 카자흐국립대 동방학부의 꽃이었고 대표였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했던 4년의 시간은 항상 기억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동방학부의 졸업생들서 카자흐스탄의 훌륭한 일꾼들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앞날에 성공과 발전, 영광스런 삶이 함께 하기를 바라며,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며 졸업생들의 앞날을 축복해주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여기저기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졸업생 여럿과 기념사진을 함께 했다. 대학생활을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쳐 준 졸업생들이 대견스럽다. 지난 4년의 시간 동안 학생들에게 ‘알마티의 부모’가 되어주고자 노력했고, ‘친구 같은 선생’이 되어주고자 노력했었다.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제 졸업생들은 따뜻한 품이 되어 주었던 정든 ‘둥지’, 학과를 떠난다. 졸업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졸업생들의 앞에는 사회라고 하는 거대한 ‘정글’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삶을 이끌어 갈 것으로 굳게 믿는다. 모든 어려움들을 멋지게 잘 극복해 낼 것이고, 청출어람이라 했듯이 더 우수한 능력과 솜씨로 카자흐국립대인으로서의 위상을 드높이며 더 높게 비상할 것이다.

메인캠퍼스 내 학생행정서비스센터”케레멧”에서는 가을학기 신입생 원서접수가 한창이다. 16개학부 67개 학과가 부스를 세워놓고 여름 내내 우수한 새내기들의 입학원서 접수 업무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제 가을이면 새로운 얼굴의 새내기들이 들어와 한국학과의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어주고, 학과의 새로운 대표주자들이 되어 줄 것이다. 졸업생들을 떠나보낸 뒤에 남은 큰 여운과 텅 빈 마음은 아마도 새내기들을 통해 치유가 될 것이다. 금년에도 우수한 신입생들이 많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몇 년째 중국학과를 제치고 가장 많은 신입생들이 한국학과에 들어오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한국학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와 인생을 길을 안내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4년 후의 졸업식에서 그들을 얼굴을 당당히 바라볼 수 있으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