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대기업의 미판매 의류와 신발 폐기를 금지하는 새로운 규정을 시행했다. 앞으로 해당 제품은 재사용이나 기부, 재활용 등의 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며, 단순 폐기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카즈인포름의 보도에 따르면 EU는 지난 19일부터 대기업을 대상으로 미판매 및 반품된 의류와 신발을 폐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본격 시행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판매되지 않았거나 반품된 제품을 가능한 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재활용해야 한다.
다만 모든 제품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상 문제가 있거나 제품이 심하게 손상 또는 오염돼 재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재활용 자체가 어려운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폐기가 허용된다. 또한 EU 회원국 내 자선단체에 기부를 제안했지만 정해진 기간 안에 해당 단체가 이를 수령하지 않은 경우에도 폐기할 수 있다.
독일소매협회(HDE)는 이번 조치가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협회는 할인매장(아웃렛)이나 중고 판매 채널을 통한 할인 상품 공급이 늘어나 소비자 선택의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의류와 신발을 폐기하는 과정에서만 매년 약 560만t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된다. 이는 자동차 200만~300만 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규모다.
EU는 이번 규제의 목적이 제품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유통시키고 조기에 폐기되는 일을 줄이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자원 낭비를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매년 수백만 점의 새 의류와 신발이 매립지로 향하고 있다. 카즈인포름은 독일에서만 2021년 한 해 동안 반품된 의류 약 1천700만 점이 폐기됐다고 전했다. 또 유럽환경청(EEA) 자료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매년 최대 60만t의 한 번도 착용하지 않은 섬유 제품이 폐기되고 있으며, 이는 막대한 자원 낭비와 함께 환경 및 기후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이번 규정은 EU가 추진하는 친환경 제품 정책의 일환이다. 제품의 내구성을 높이고 수리와 재사용을 활성화해 순환경제를 확대하는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핵심 목표다.
반면 독일섬유패션협회는 새 규정이 산업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불필요한 행정 부담만 늘릴 뿐 패스트패션으로 대표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규제는 2024년 여름부터 시행된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의 후속 조치다. 대기업에는 지난 19일부터 즉시 적용됐으며, 중견기업에는 2030년까지의 유예기간이 부여됐다. 앞서 프랑스는 초저가 패스트패션을 규제하기 위한 별도의 법안을 마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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