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의 통상 협상이 합의 없이 종료되면서 양국의 경제 협력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미국이 캐나다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도 보복 관세를 예고하면서 갈등이 전면적인 무역전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과 외신에 따르면 워싱턴에서 열린 양국 통상 대표단 회동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은 협상 결렬 직후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캐나다의 대미 수출액 가운데 약 5.5%에 해당하며, 기존 철강·알루미늄·자동차·목재 관세에 추가된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산 승용차와 트럭, 관련 부품에 대한 관세를 내년 1월 1일부터 50%로 추가 인상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요구가 국가 이익과 주권을 침해한다며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요 쟁점은 중·대형 차량 규제 완화, 알루미늄 제품의 관세 감면 제외, 캐나다의 제3국 자유무역협정 체결 제한 등이었다. 캐나다의 문화와 언어 보호 장치를 완화하라는 요구도 결렬의 배경으로 거론됐다. 가디언은 특히 미국이 캐나다의 프랑스어 보호 정책을 통상 장벽으로 취급한 것이 협상 중단의 한 요인이 됐다고 전했다. 퀘벡주는 제품 설명의 프랑스어 표기를 의무화하고 넷플릭스·스포티파이 등 플랫폼의 프랑스어 콘텐츠를 우선하도록 하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퀘벡 정부는 문화와 언어가 정체성의 핵심이라며 카니 총리를 지지했고, 온타리오주 역시 미국의 압박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백악관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캐나다에 돌렸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자동차 관세를 낮추고 목재 관세까지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캐나다가 추가 혜택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했다는 주장이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프랑스어 보호 정책보다 미국 스트리밍 기업에 캐나다 콘텐츠 제작 비용을 부담시키는 규제가 핵심 쟁점이었다고 반박했다. 백악관은 또 캐나다가 미국산 차량에 25% 관세와 쿼터를 적용하고, 낙농품에 최대 300%의 관세 장벽을 두는 등 미국 제품의 시장 진입을 제한해 왔다고 비판했다. 미국 정부는 캐나다가 상품무역에서 매년 약 50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미국산 제품의 시장 접근을 제한해 왔다고 주장했다.
캐나다도 맞대응에 나섰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의 조치에 대응해 약 276억~28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9월 8일부터 보복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대상에는 철강·알루미늄을 비롯해 낙농품, 가전제품, 식음료, 농업 장비와 전자기기 등이 포함된다. 카니 총리는 미국의 통상 정책이 쉽게 바뀔 수 있다며 자국의 대응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캐나다 내에서도 대응을 둘러싼 의견은 엇갈린다. 아바쿠스 데이터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6%가 물가 상승을 감수하더라도 미국의 관세에 보복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갈등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각은 엇갈린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의 51번째 주’ 발언을 중심으로 전했고, 가디언은 하키용품부터 의료용품까지 광범위한 품목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카니 총리의 강경 대응이 국내 지지를 얻고 있지만 제조업 침체와 소비자 물가 상승이라는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독일의 슈드도이체 차이퉁과 타게스차이퉁은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선 캐나다의 주권 수호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다른 중견국들의 연대를 주문한 반면, 디 차이트와 데어 슈피겔은 캐나다 수출의 3분의 2 이상이 미국에 집중된 구조를 들어 장기적인 경제 부담을 경고했다. 실제로 캐나다 제조업체의 42%가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겼거나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유럽 시장에도 여파가 예상된다. 캐나다산 원유와 카놀라유 종자, 알루미늄·철강 등이 CETA의 무관세 혜택을 활용해 유럽연합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1차 관세 부과 당시 캐나다의 대유럽 수출이 전년보다 23.5% 증가한 만큼, 이번 조치가 공급망 재편을 더욱 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 제조업체에는 원자재 가격 하락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현지 농민과 생산자에게는 가격 경쟁 심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캐나다 갈등은 단순한 양국 간 통상 분쟁을 넘어 자국 우선주의와 경제적 압박이 국제무역 질서를 흔드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북미의 공급망과 유럽 시장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캐나다가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교역을 다변화할 수 있을지, 아니면 미국과 새로운 타협점을 찾을지가 향후 글로벌 무역 질서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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