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소개하면서 한국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방송 이후 촬영 지원 여부와 현지 운전 규정, 즉흥 여행의 현실성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현지 당국의 설명과 제작진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카자흐스탄에서 차량을 운전할 때 필요한 서류가 방송에서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주카자흐스탄 대한민국대사관과 총영사관이 관련 유의사항을 다시 안내했다.
‘나 혼자 산다’의 카자흐스탄 여행편은 지난 8월 14일 방송됐다. 방송인 전현무가 알마티를 찾아 국제공항을 비롯해 콕토베, 질뇨니바자르, 아르바트 거리 등을 둘러보고 콜사이 호수까지 방문하는 내용이 담겼다. 알마티시는 방송을 통해 도시의 풍경과 음식, 문화, 자연경관 등이 한국 시청자들에게 소개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현지 매체들도 이 방송을 알마티의 관광 홍보 기회로 평가했다. 알마티시 공식 인스타그램과 현지 매체들은 촬영이 알마티시 관광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고 소개했으며, 방송 이후 MBC 공식 유튜브에 공개된 관련 영상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마티시는 한국을 주요 관광시장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으며, 2025년 한 해 동안 알마티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2만3천 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방송 이후 한국에서는 촬영 과정과 내용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첫 번째는 촬영 지원 여부를 둘러싼 엇갈린 설명이다.
알마티시는 지난 21일 정부기관 통합 누리집을 통해 ‘나 혼자 산다’의 알마티 촬영이 알마티시 관광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고 밝혔다. 실제 알마티시 측 공식 자료에는 ‘관광국의 지원으로 촬영이 진행됐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반면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지난 25일 촬영 지원이나 협찬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여행이 방송에 공개된 내용 그대로였으며 촬영 지원이나 협찬은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지 매체 오르다 역시 제작진이 알마티시의 지원 주장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MHN스포츠에 의하면, 이와 관련해 주알마티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촬영 지원 여부를 확인하고 카자흐스탄 현지 운전 관련 안내체계를 개선해 달라는 취지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원에는 알마티시가 밝힌 ‘지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제 지원이나 협찬이 있었다면 그 범위와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해 달라는 요구가 포함됐다.
다만 알마티시와 제작진의 입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만큼, 실제 지원이나 협찬이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가 먼저 확인될 필요가 있다.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지원이나 협찬을 받아 방송을 제작했느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뒷광고 논란을 빚은 인플루언서들이 잇따라 비판을 받고 활동에 제약을 받은 사례와 비교하면, 공영방송으로서 방송 제작 과정의 투명성과 도덕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편의 방송 시작부터 ‘무계획 1박 2일’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두 번째 논란은 현지 렌터카 이용과 운전면허 규정이다.
방송에서 출연자 전현무는 현지 렌터카 업체에 여권과 한국에서 발급받은 국제운전면허증만 제출하고 차량을 대여해 직접 운전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카자흐스탄에서 국제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손쉽게 운전할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하기 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이는 카자흐스탄 현지 법령을 위반한 행위다. 주알마티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지난 20일 ‘카자흐스탄 단기 방문객(여행객) 현지 운전 관련 유의사항 안내’를 통해 카자흐스탄에서 운전하려는 한국인 여행객은 ‘대한민국 운전면허증 원본과 해당 면허증의 러시아어 공증 번역본을 소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번역·공증은 현지 공증사무소나 재외공관을 통해 받을 수 있으며, 재외공관에서 신청할 경우 발급까지 약 반나절이 걸릴 수 있다고 안내했다. 국제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더라도 대한민국 운전면허증 원본과 러시아어 공증 번역본이 없으면 운전할 수 없다는 점도 명시했다. 지난 25일에는 주카자흐스탄 대한민국대사관에도 같은 공지가 올라왔다.
제작진 역시 방송 이후 이 같은 규정을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제작진은 현지 렌터카 업체가 국제운전면허증과 여권을 요구해 이를 제출하고 차량을 대여했으며, 방송 이후 대사관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공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사 측은 이 사실을 방송이 나간 후에야 인지했다고 밝혔으나, 공영방송에서 해외 여행지의 법적 요건을 사전에 면밀히 검증하지 않고 관련 정보가 여과 없이 방송됐다는 점에서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로 인해 추후 방송을 보고 카자흐스탄을 찾을 한국인 관광객들이 현지 경찰 단속에 걸리거나 렌터카 대여 과정에서 곤란을 겪는 등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마지막 논란은 방송에서 보여준 ‘무계획 1박 2일’ 여행의 비현실성과 무책임성이다.
방송에서 전현무는 별다른 여행 계획 없이 공항에서 목적지를 정하고 알마티로 향한 뒤 짧은 일정 안에 시내 관광과 콜사이 호수 방문까지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즉흥성과 재미를 강조한 구성으로 볼 수 있지만, 이를 일반적인 카자흐스탄 여행 방식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현실적인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자흐스탄은 한국과 시차가 있고 직항 노선으로도 편도 6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중앙아시아 국가다. 또한 러시아어와 카자흐어 등 언어 장벽이 있고, 관광 인프라와 현지 치안 환경이 한국과 다르다. 특히 알마티 시내에서 콜사이 호수까지 이동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현지 교통과 도로 사정, 날씨, 관광지 접근 조건 등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차량을 직접 운전하려면 앞서 언급한 면허증 원본과 러시아어 공증 번역본까지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방송 속 ‘무계획 1박 2일 여행’은 예능적 연출로는 흥미로울 수 있지만, 일반 시청자가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여행 정보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카자흐스탄을 처음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에게는 현지 교통과 이동거리, 차량 이용 조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함께 제공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청자들의 모방 여행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고, 현지 여행의 난이도와 안전 리스크를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미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외교 당국도 여행객들에게 현지 운전 규정을 다시 안내하고 나섰다. 총영사관은 지난 8월 20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카자흐스탄 단기 방문객(여행객) 현지 운전 관련 유의사항 안내’를 공식적으로 게시한 데 이어, 8월 25일에는 카자흐스탄 현지 교민 단체 채팅방(단톡방)을 통해서도 해당 안전 수칙을 재차 안내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카자흐스탄은 한국인이 즐겨 찾는 여행지로 떠오르면서 여행 유튜버들의 방문도 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현지 관광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사실과 다른 정보가 담긴 콘텐츠를 보고 현지를 찾은 한국인 여행객이 조난이나 긴급 상황에 처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공영방송을 통해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경우 여행객의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현지에서 생활하는 한국 교민들에게도 예기치 않은 피해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번 논란은 알마티를 한국의 주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해외여행 콘텐츠가 단순한 예능적 재미를 넘어 넘어 현지의 법규와 안전정보까지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과제를 보여주고 있다.
외교가와 여행 업계 관계자들은 “미디어가 해외 여행지를 소개할 때는 시청률이나 흥미 위주의 연출을 넘어, 현지 법률 준수 여부와 실제 여행객들이 겪을 수 있는 안전 위험을 철저히 검증하고 방영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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