텡그리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인도네시아, 요르단, 파키스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8개국 외무장관은 이스라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 발언을 강력히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텡그리뉴스는 이들 장관이 이스라엘 관료들의 선동적인 제안이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양도할 수 없는 합법적 권리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앞서 벤그비르 장관은 가자지구 인구의 대부분인 186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방하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텡그리뉴스에 따르면 무슬림 8개국은 가자지구가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영토의 분리할 수 없는 일부임을 명시하고, 1967년 6월 4일 경계에 따른 독립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이 공정하고 영구적인 평화의 유일한 길임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평화위원회‘ 합류한 8개국… 가자 전후 관리에 집중
이스라엘의 이주 계획에 맞서 결속을 강화하는 한편, 이들 8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합류 제안을 수락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의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8개국은 평화위원회에 각각의 대표를 임명하기로 합의했다.
이 평화위원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부터 2027년 말까지 가자지구의 전후 관리를 감독하는 권한을 위임받았으며, 미국은 이 위원회를 글로벌 분쟁 해결을 위한 중재 기구로 삼아 유엔을 우회하려는 더 넓은 야망을 품고 있다.
그러나 AP통신 보도에 의하면, 무슬림 8개국은 트럼프의 글로벌 평화 계획은 성명에서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오직 가자지구 지원과 팔레스타인의 자결권 및 국가 수립에만 초점을 맞췄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가 가자지구의 전후 처리 논의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위원회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경계와 무슬림 연대의 현실적 한계
이러한 무슬림 8개국의 단일 대오 형성에 대해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우려와 분석이 교차하고 있다. 예루살렘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지리적으로 인접하지 않고 서로 다른 국가적 이익을 가진 5개의 아랍 국가와 3개의 무슬림 국가가 ‘G8’이라는 새로운 연대체를 형성한 것은 이스라엘에게 위협이 되는 예상치 못한 결과이다.
그러나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들 국가가 팔레스타인 문제를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연대하고 있을 뿐이며 결속력이 느슨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각국과의 양자 관계를 개별적으로 강화해 연대를 약화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제언을 소개했다.
동시에 무슬림 세계의 뿌리 깊은 분열로 인해 이들의 완전한 단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루살렘포스트의 추가 보도에 따르면, 터키 정치 전문가인 하이 에이탄 코헨 야나로자크 박사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대(對)이스라엘 무슬림 연대’ 주장을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야나로자크 박사는 이슬람협력기구(OIC)가 대개 상징적인 결정만 내릴 뿐이며,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이해관계가 이란이나 파키스탄과 크게 다르기 때문에 현실적인 단일 연합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역내 군사적 긴장 고조와 아브라함 협정 압박
한편, 역내 군사적 긴장은 연일 고조되고 있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최근 시리아와 예멘 등 대리 세력을 통한 위협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남부 이란 내 미사일 발사 기지와 기뢰 부설정 등을 대상으로 ‘자위권 차원’의 공습을 감행했다. 이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 대원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합의 조건으로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카타르 등이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에 즉각 서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외교적 파장을 낳고 있다.
그러나 에이피(AP)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십 년간 이스라엘의 1967년 국경 복귀와 독립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일관되게 요구해 왔으며, 파키스탄의 싱크탱크 분석가 역시 이번 트럼프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자국의 공식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음을 보도했다.
‘가자 전후 처리‘ 둘러싼 다자 외교의 흐름과 향후 전망
결국 현재의 중동 정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유엔 우회식’ 탑다운(Top-down) 평화 구상과 무슬림 국가들의 ‘팔레스타인 자결권 보장’이라는 선제 조건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위원회’를 통해 자신의 영향력 하에 분쟁을 조정하려 하나, 무슬림 연대체(G8)는 평화위원회의 글로벌 역할보다는 오직 가자지구 지원과 독립국가 수립이라는 역내 및 국내 여론의 요구에만 힘을 싣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루살렘포스트의 분석처럼 이들 무슬림 8개국이 서로 다른 이익을 지닌 느슨한 결합체에 불과할지라도, 이스라엘 극우 세력의 ‘가자 강제 이주론’이나 ‘아브라함 협정 즉각 서명’과 같은 일방적 압박이 지속되는 한, 팔레스타인 문제를 중심으로 한 이들의 공조 체제는 당분간 이스라엘 외교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촉즉발의 군사적 위기 속에서 역내 국가들이 ‘1967년 국경 복귀 및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라는 대원칙을 굽히지 않고 있는 만큼, 향후 중동의 진정한 평화 안착 여부는 트럼프의 일방적 구상 관철이 아닌 팔레스타인 문제의 공정하고 정의로운 해결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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