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의무보험 제도를 도입한다. 산악 사고 등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수색·구조와 부상자 대피 비용을 보험으로 충당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가가 수행하는 인도적 구조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관광객에게 부담시키는 방식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될 수 있다.
카즈인포름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내각은 관광사업자가 모든 관광객을 대상으로 민사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보험계약을 갖추는 것은 관광사업자가 합법적으로 영업하기 위한 의무 조건이 된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복잡한 수색·구조와 산악 지역에서의 부상자 대피에 따른 재정적 위험을 국가 예산에서 보험시장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여행객을 보호하고 관광의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구조활동에 필요한 재정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보험 보장 한도는 관광 유형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일반적인 관광과 문화·교육, 건강 증진 및 휴양 목적의 여행에는 최대 300만 솜의 보장이 적용된다. 등산과 스키, 래프팅,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서의 트레킹 등 위험도가 높은 관광에는 최대 500만 솜까지 보장한다.
보험료는 여행 기간과 관광 유형 등에 따라 달라진다. 카즈인포름은 키르기스스탄의 일반적인 다일 관광상품 가격이 1만5천~2만5천 솜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5~7일짜리 보험료가 약 3천 솜, 하루 기준으로는 약 400~500솜이 될 것으로 전했다.
제도 도입의 배경에는 실제 산악 구조의 높은 위험성과 비용도 있다. 지난해 8월 러시아 산악인 나탈리야 나고비치나는 해발 7천m가 넘는 포베디봉에서 다리를 다친 뒤 구조를 기다렸다. 악천후로 구조작업이 중단됐고, 키르기스스탄 비상사태부 헬리콥터도 기상 악화로 대피 작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후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수색에서도 생존 징후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전문가들은 구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나고비치나는 9월 2일 사망한 것으로 공식 인정됐다.
이처럼 산악 지역의 구조에는 헬리콥터와 전문 인력, 장비 등이 투입될 수 있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이번 보험을 통해 이러한 재정적 위험을 국가 예산에서 분리하려는 이유다.
다만 생명을 구하기 위한 수색과 구조는 국가의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의무적으로 보험료를 부담하게 할 경우, 관광객 안전을 위한 국가의 책임과 구조활동 비용을 방문객에게 이전하는 것 사이의 경계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조치가 관광객 보호를 강화하면서도 키르기스스탄의 관광 경쟁력과 외국인 방문객의 비용 부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향후 제도 운영 과정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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