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한인신문은 알마티한국교육원의 후원으로 미래 언론인을 꿈꾸는 ‘청년 인턴 기자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년 인턴기자들이 직접 취재하고 작성한 개인 기사를 순차적으로 연재하며,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교육·문화·사회 등 다양한 이야기를 청년의 시각으로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 케넨 메디나 제 1기 한–카 청년 인턴 기자
결혼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것을 넘어 가족과 가족이 관계를 맺고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이기도 하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혼인의 방식은 달랐지만, 결혼을 개인만의 일이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가 함께하는 중요한 의례로 여겼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전통 혼례 역시 서로 다른 형식 속에서 이러한 가치를 보여준다.
한국의 전통 혼례에서는 혼인을 양가의 결합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강했다. 중매를 통해 양가가 혼인을 논의하고 예물을 주고받으며 혼인 날짜를 정하는 과정이 이어졌으며, 혼례에서는 신랑과 신부가 서로 예를 갖추는 교배례와 신랑 부모에게 인사를 올리는 폐백 등의 의례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이러한 모습은 카자흐스탄에서도 혼인을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닌 가족과 가문의 관계로 받아들였다는 점과 비교해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과거에 같은 본관에 속한 사람끼리의 혼인을 제한했던 관습 역시 카자흐스탄의 전통적인 혈연 규범과 비교할 만하다. 카자흐족 사회에서는 같은 조상으로부터 이어진 가까운 친족 간의 혼인을 피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규범으로 여겨졌으며, 자신의 계보를 여러 대에 걸쳐 기억하고 전승하는 전통도 자리 잡았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제티 아타(Жеті ата)’다. 전통적으로 일곱 대 조상까지의 혈연관계를 확인함으로써 가까운 친족 간 혼인을 피했으며, 이러한 관습은 가문과 혈연관계를 중시했던 카자흐 사회의 특징을 보여준다.
혼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가족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전통적으로 부모들은 아들의 혼인을 앞두고 상대 가문의 평판과 혈연관계, 예비 신부의 성품 등을 살펴 신붓감을 찾았으며, 가까운 가문 사이에서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장차 혼인시키기로 약속하는 ‘벨 쿠다(Bel quda)’와 같은 관습도 있었다.
본격적인 혼인 절차에 들어서면 중매인이 양가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자우시(Zhaushy)’라 불리는 중매인이 신부 측 가족을 찾아가 혼인을 제안하고, 이를 받아들이면 양가가 만나 혼인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하는 식이다.
이어 신랑의 아버지가 신부의 집을 방문하는 ‘쿠다 투수(Kuda tusu)’가 열리면 양가의 어른들은 함께 음식을 나누고 선물을 교환하면서 혼인을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전통적으로 이 단계부터 양가의 혼인 약속은 공식적인 관계로 받아들여졌으며,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할 경우 일정한 배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혼인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바타 아야크(Bata ayaq)’에서 최종적으로 정리했다. 결혼 날짜와 혼례 비용, 지참품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신랑 측에서 신부 측에 전달하는 ‘칼름 말(Qalyn mal)’도 이 과정에서 마련됐다. 칼름 말은 주로 가축이나 말 등의 형태로 제공됐으며, 그 규모는 가문의 경제적 형편 등에 따라 달랐다.
모든 혼인 절차가 마무리되면 예비 신랑이 예비 신부를 방문할 차례가 돌아왔다. 전통적으로는 신부 가족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올리 티리(Oli tiri)’라는 예물을 먼저 보내고 나서야 신부가 사는 마을을 방문할 수 있었다.
결혼식이 가까워지면 신부의 집에서는 ‘크즈 우자투(Qyz uzatu)’라는 송별 의례가 열렸다. 부모와 친족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가정으로 떠나는 중요한 행사로, 이때 신부에게 전통 혼례용 머리 장식인 ‘사우켈레(Saukele)’를 씌우는 의식도 함께 진행됐다.
사우켈레는 카자흐 전통 혼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머리 장식으로, 신부가 결혼을 통해 새로운 삶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나타낸다. 신부의 지참품을 공개하고 친족들이 작별 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전통 노래와 축하 행사가 이어졌으며, 신부를 배웅하는 과정에서는 ‘자르자르(Jar-Jar)’라는 전통 혼례 노래가 불리기도 했다.

신부가 신랑의 마을에 도착한 뒤에도 여러 의례가 이어진다. 신부에게 사탕이나 동전을 뿌리는 ‘샤슈(Shashu)’는 행복과 풍요를 기원하는 축복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신부는 신랑 집에 들어갈 때 오른발로 문턱을 넘고 절을 올리는 등 새로운 가족에게 예를 갖췄다.
이어지는 ‘베타샤르(Betashar)’는 카자흐 전통 혼례를 대표하는 의식 가운데 하나다. 신부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베일을 걷고 신랑 측 가족과 친척들에게 신부를 소개하는 과정으로, 신부가 새로운 가족과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카자흐스탄의 전통 혼례는 혼인을 두 사람만의 결합으로 보지 않고 가족과 친족, 공동체가 함께하는 과정으로 여겼다는 특징을 보여준다. 한국의 전통 혼례에서도 양가의 합의와 가족 간 관계가 중요하게 여겨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의례와 표현 방식은 서로 다르다.
오늘날에는 도시화와 현대화,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는 가치관의 확산으로 과거의 혼인 절차가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전통적인 혼례 의식 가운데 일부는 현대의 결혼식과 가족 행사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어 과거의 문화적 의미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결국 전통 혼례를 살펴보는 것은 과거의 결혼식을 알아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결혼이라는 의례를 통해 한 사회가 가족과 혈연, 공동체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전통 혼례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서 발전했지만, 새로운 가족의 출발을 가족과 공동체가 함께 축복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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