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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실랴로바 아이사울레 제 1기 한–카 청년 인턴 기자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한 사회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카자흐스탄에서는 국가어인 카자흐어와 러시아어가 오랜 시간 함께 사용되면서 독특한 이중언어 환경이 형성됐다. 최근에는 카자흐어의 위상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어 역시 교육과 직장, 일상생활 등에서 여전히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2026년 3월 15일 국민투표로 채택돼 7월 1일부터 시행된 새 헌법은 카자흐어를 국가어로 규정하고, 러시아어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기관에서 카자흐어와 함께 공식적으로 사용된다고 명시했다. 종전 헌법에서 러시아어가 카자흐어와 ‘동등하게’ 공식 사용된다고 규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표현에 변화가 생긴 셈이다. 이는 국가어인 카자흐어의 위상을 강조하면서도 러시아어의 공식적인 사용 환경 역시 인정하는 현재의 언어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
이 같은 언어 환경은 카자흐스탄의 역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카자흐스탄은 소련 시기를 거치며 러시아어가 민족 간 의사소통의 주요 언어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민족의 이주 역시 현재의 다언어 환경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에도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를 함께 사용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이 실제 언어생활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기자는 다양한 민족적 배경을 가진 카자흐스탄 국민 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는 카자흐인 30명, 위구르인 2명, 고려인 2명, 러시아인 2명으로 구성됐으며, 연령대와 직업 역시 다양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5%는 카자흐어를 모국어로 인식했으며, 11%는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또 다른 11%는 두 언어 모두를 모국어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는 카자흐어가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러시아어가 11명, 두 언어를 비슷한 비율로 사용하는 경우가 10명이었다.
그러나 학교와 직장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한다는 응답이 44%로 가장 많았고, 카자흐어는 22%, 두 언어를 함께 사용한다는 응답은 27%였다. 가정과 학교·직장이라는 생활 영역에 따라 두 언어의 사용 비중이 달라지는 카자흐스탄의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두 언어 사이를 오가는 현상도 뚜렷했다. 응답자의 거의 절반이 의사소통 과정에서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를 ‘매우 자주’ 전환해 사용한다고 답했으며, ‘자주’와 ‘가끔’이라는 응답도 각각 25%와 22%를 차지했다. 언어 전환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단 한 명에 그쳤다.
카자흐어의 위상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7명은 카자흐어가 지배적인 언어라고 봤고, 3명은 안정적인 상태, 7명은 약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러시아어에 대해서는 13명이 여전히 지배적인 언어라고 평가했으며, 15명은 안정적인 상태라고 답했다. 이는 카자흐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인식과 함께 러시아어의 사회적 영향력도 여전히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응답자들은 이중언어 사용의 장점으로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과 취업 경쟁력, 교육·경력 개발 기회의 확대, 다양한 민족 집단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등을 꼽았다. 특히 다민족 국가인 카자흐스탄에서 두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돕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카자흐어의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제시됐다. 공직 사회에서의 카자흐어 사용 부족과 러시아어 중심의 정치적 담론, 카자흐어로 된 전문·학술 자료 부족 등이 주요 문제로 언급됐다. 도시 지역에서는 카자흐인조차 일상에서 러시아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언어에 따른 차별이나 편견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약 절반에 달했다. 과거 러시아어를 충분히 구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사례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카자흐어 사용을 요구받거나 러시아어 사용이 사실상 강요되는 환경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이는 카자흐스탄의 언어 문제가 단순히 어느 한 언어의 우위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의 98%가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었지만, 어떤 언어가 더 편한지를 묻는 질문에서는 19명이 러시아어, 17명이 카자흐어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두 언어를 모두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개인의 성장 환경과 생활 영역에 따라 선호하는 언어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설문조사는 카자흐스탄의 언어 현실이 단순히 ‘카자흐어냐 러시아어냐’의 선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집에서는 카자흐어를 사용하다가 학교나 직장에서는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대화 중에도 자연스럽게 두 언어를 오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두 언어는 경쟁하는 관계이면서 동시에 많은 사람의 일상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카자흐어는 국가 정체성과 함께 그 위상이 점차 강화되고 있으며, 러시아어는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활용도를 바탕으로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카자흐스탄의 언어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언어가 다른 언어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국가어로서 카자흐어의 기능을 확대하면서도 실제 사회에서 형성된 이중언어 환경을 어떻게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있다.
결국 카자흐스탄의 이중언어 현실은 한 사회의 과거와 현재가 언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카자흐어의 위상이 높아지는 변화 속에서도 러시아어가 일상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언어 정책 역시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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