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희
숫자에 예민하지 못한 편이지만, 유독 선명하게 기억에 남은 날짜가 있다. 2024년 12월 26일. 해외여행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던 우리 가족이 일곱 시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알마티 공항에 도착했던 날이다. 벌써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다시 겨울과 대면하고 보니, 이 낯선 도시의 사계절을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음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되돌아보면 우리 가족이 이곳에 안착하기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러시아어(물론 카작어도)라고는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우리가 머물 집을 구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 그들의 친절이 없었더라면 알마티의 첫인상은 지금보다 훨씬 춥고 막막했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큰 흔들림 없이 이곳의 일상 속으로 조금씩 스며들 수 있었다.
집에서 가까운 공원을 처음 찾았던 날의 감동도 잊을 수 없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높다란 자작나무와 짙은 가문비나무가 우거진 풍경은 내가 정말 타국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이국적인 정취에 걷다 보면 어느새 다가와 먹이를 달라고 조르던 청솔모와의 만남도 특별했다. 한국의 청솔모와 달리 유독 적극적이고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던 녀석. 눈이 마주치는 순간 당황해 도망친 것은 오히려 나였다. 공원은 나에게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편안함과 휴식, 그리고 이름 모를 위로를 건네주는 공간이었다.
알마티는 우리 가족에게 선물 같은 먹거리도 내어주었다. 매일 들러도 늘 싱싱하고 저렴했던 채소와 과일들. 특히 여름철 사나흘에 한 통씩 먹었던 수박은 잊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농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한국보다 저렴했던 그 달콤한 수박의 맛 때문일까, 겨울의 한복판에 서 있는 지금도 벌써 알마티의 뜨거운 여름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일 년을 살았음에도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알마티 시내의 험난한 운전 환경이다. 끝을 알 수 없는 교통 체증은 물론이고, 눈 깜짝할 새 밀고 들어오는 끼어들기와 아찔한 ‘칼치기’의 난폭 운전자들을 만날 때면 긴장감에 온몸이 뻣뻣해지곤 한다. 게다가 겨울이 깊어질수록 나빠지는 공기도 큰 고민거리다. 가볍게 즐기던 산책이나 러닝조차 망설여지는 날씨를 마주하면 가끔 답답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이제는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 외부 환경에 사로잡혀 온 신경을 쏟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나만의 대처법을 찾아가려 한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날에는 거실 한쪽에서 가벼운 요가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깨우고, 뿌연 창밖 풍경 대신 손길이 가는 책 한 권을 펼쳐 마음 다스리기!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내가 알마티에서 배운 삶의 지혜이다.
이제 알마티에서의 일 년이 지나고 2년 차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의 설렘과 두려움은 익숙함으로 변했지만, 그 익숙함 속에서 안주하지 않으려 한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성실히 보내고, 그 안에서 감사함을 찾고 싶다. 그리고 여유가 생긴다면 나 또한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과 위로를 건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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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네요..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었지요.. 막막함을 이겨내고 잘 살아내고 있으십니다.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