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산으로 떠난 MT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청송 달기약수에서 처음 맛본 톡 쏘는 탄산의 기운, 양양 설악산 오색약수에서 느껴진 쇠맛 섞인 묘한 풍미는 그때의 웃음과 노래, 젊음의 열기와 함께 어우러져 지금도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다. 약수의 그 독특한 맛은 단순한 물맛이 아니라, 젊은 날의 추억과 뒤섞여 아련한 향수로 변해 쉽게 잊히지 않는다.
카자흐스탄의 지도를 펼쳐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바로 ‘бұлақ, 불락’이다. 카자흐어에서 ‘бұлақ’은 샘, 용천, 물이 솟아나는 근원을 뜻한다. 단순히 물이 흐르는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생명과 순수, 시작을 상징하는 단어로서 카자흐인의 삶과 문화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알마티 근교의 유명한 스키 리조트 ‘Шымбулақ, 심불락’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름을 풀어보면 ‘шым’은 잔디와 숲을, ‘бұлақ’은 샘을 의미한다. 숲 속의 샘이라는 뜻을 가진 이 이름은 자연의 풍요로움과 생명의 근원을 동시에 담아낸다. 또 다른 예로 ‘Ақ бұлақ, 악불락’이 있다. ‘ақ’은 흰색, 순수를 뜻하고 ‘бұлақ’은 샘이니, 하얀 샘이라는 이름은 맑고 깨끗한 물을 상징한다. 실제로 카자흐스탄 곳곳에서 ‘Ақ бұлақ’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과 휴양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бұлақ’은 단순한 지리적 명칭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드러내는 문화적 기호로 기능한다.
그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бұлақ’은 공통 튀르크어 bulak과 몽골어 bulag에서 유래했다. 몽골어에서도 여전히 bulag가 샘을 뜻하며, 부랴트어와 칼미크어 등 다른 몽골계 언어에서도 같은 의미로 쓰인다. 이는 중앙아시아 유목 문화권에서 샘이 곧 생명의 원천이었음을 보여준다. 카자흐인들에게 샘은 단순한 물줄기가 아니라 공동체의 삶을 지탱하는 근원이었다. 그래서 ‘бұлақ’은 언어 속에서 근원, 출발점이라는 은유적 의미로도 확장되었다.
카자흐 속담에도 ‘бұлақ’은 자주 등장한다. “Жақсы сөз — жан азығы, жақсы бұлақ — су азығы”라는 말은 “좋은 말은 영혼의 양식, 좋은 샘은 물의 양식”이라는 뜻이다. 샘이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정신적·물질적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준다. 샘은 신성한 장소로 여겨져 공동체가 모여 휴식하거나 의례를 치르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бұлақ»은 여전히 살아 있는 언어적·문화적 상징이다. 관광지 이름, 마을 이름, 심지어 브랜드명에도 자주 쓰이며 청정함과 순수함, 생명력을 강조하는 의미로 활용된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에서는 «Ақбұлақ»이라는 이름의 생수 브랜드가 있는데, 이는 맑고 깨끗한 샘물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며 소비자들에게 신뢰와 청정 이미지를 전달한다. 이처럼 «бұлақ»은 자연 속 샘에서 비롯된 단어이지만, 오늘날에는 지역 공동체와 상업 브랜드까지 아우르며 생명과 순수의 상징으로 확장되고 있다.
결국 카자흐어의 ‘бұлақ’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다. 그것은 샘물처럼 맑고 끊임없이 솟아나는 생명의 상징이며, 공동체의 기억과 문화가 응축된 언어적 유산이다. 카자흐스탄의 지명 속 ‘бұлақ’을 따라가다 보면 이 땅의 자연과 사람, 그리고 그들이 공유하는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다가오는 2026년, 카자흐스탄 곳곳의 ‘бұлақ’에서 맑은 물을 한 모금 마시는 순간은 또 다른 기억으로 남아서 오랜 세월이 지나 새로운 추억으로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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