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려인마을 월곡고려인문화관 ‘결’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재외동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고려인 한글문학 기획전’은 1937년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이후에도 한글을 지키며 문학을 이어간 고려인 문학인들의 삶과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전시에는 연해주 출신으로 강제이주를 겪은 시인 김종세(1918~1990)를 비롯해 김증수, 강태수, 김기철, 김세일, 박보리수, 우제국 등 고려인 문학인들의 이름이 소개된다. 이들은 황무지와 콜호즈 농장에서의 노동, 부모 세대의 인내와 희생을 시와 소설로 기록하며, 단순한 비극의 나열이 아닌 시대를 건너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문학적 증언을 남겼다. 특히 김종세의 시에는 “흙은 묻혔어도 말은 아직 나를 버리지 않았다”는 구절이 담겨 있어, 고려인 문학이 언어와 기억을 통해 공동체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고려인 문학의 정신적 스승으로 평가받는 조명희와 그의 문학적 계보를 함께 소개한다. 조명희의 제자 김종세를 비롯해 여러 문학인들이 모국어 신문과 문예면을 통해 문학 수업을 이어갔으며, 일부는 해방 이후 북한 문단의 초창기 사회주의 문학을 이끌기도 했다. 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 역시 조명희의 작품 ‘낙동강’에서 깊은 영향을 받아 문학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시를 준비한 인물은 월곡고려인문화관 ‘결’의 김병학 관장이다. 김 관장은 25년간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들과 생활하며 쌓은 지식과 자료를 바탕으로 고려인의 이주사와 문화, 역사적 유물을 수집·전시해온 전문가다. 2021년 개관한 ‘결’은 고려인 160년의 역사를 기록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고려인의 삶을 현재의 역사로 재배치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 관장은 한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라질 뻔한 고려인의 시간을 복원하는 일이 제 역할”이라며, 유물 수집은 단순히 물건을 모으는 행위가 아니라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려인들의 삶을 증언의 현장으로 기록해, ‘결’이 고통의 나열이 아닌 삶의 역사적 기록물로 남도록 힘쓰고 있다. 또한 『고려인 인문학 산책』 등의 저서를 통해 고려인의 역사와 삶을 알리는 데 기여해 왔다.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기획전은 고려인 문학이 단지 망명 문학의 기록이 아니라 한민족 근현대 문학사 속 중요한 흐름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강제이주로 떠밀린 삶 속에서도 고려인 문학인들은 끝내 한글을 지켜냈고, 그들의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공동체의 기억과 정체성을 증명하는 증언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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