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한시적 휴전으로 중동 지역의 안정을 기대했던 국제사회의 노력이 결국 성과 없이 끝났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 협상이 21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아무런 합의 없이 결렬되면서, 중동 지역의 안보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번 협상 결렬의 핵심 원인은 양국이 제시한 요구안이 좁혀지지 않고 평행선을 달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15개 항의 요구안을 통해 이란의 기존 핵 능력 완전 해체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보장 등을 촉구한 반면, 이란은 10개 항의 요구안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유지와 제재 전면 해제 등을 내세우며 물러서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강경파인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미국 측 협상단에 포함되어 이란에 유화적인 합의를 하지 말라는 행정부 및 의회의 압박을 받으면서 애초부터 협상의 운신 폭이 좁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공식 발표에서 “양국이 몇 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상호 이해에 도달했으나, 2~3개 주요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최종 합의가 불발됐다”고 밝혀 대화의 여지는 남겨두었다.
협상 결렬의 여파로 글로벌 경제는 즉각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맞서 이란 항구를 출입하는 모든 선박을 차단하는 ‘역봉쇄’ 조치를 13일 오전 10시(미 동부시간 기준)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국제사회는 엇갈린 반응 속에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해상 봉쇄를 통해 이란의 자금줄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경 조치에 나서자,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조만간 갤런당 4~5달러 수준의 높은 휘발유 가격을 겪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경제적 타격을 경고했다. 반면, 영국 정부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영국은 세계 경제와 자국의 민생 안정을 위해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으며, 프랑스 등 파트너들과 함께 항행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독자적인 연합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파키스탄 외무부와 유럽연합(EU) 대변인 등은 성명을 통해 양국이 어떻게든 휴전 약속을 지키고 외교적 노력을 통한 대화를 이어갈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러한 군사적 대치와 해상 봉쇄 조치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 더불어, 일반 시민과 아동 등 취약계층의 인명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유엔(UN)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톰 플레처 국장을 비롯한 여러 유엔 기관장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중동 전역에서 발생하는 국제법 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 성명에서 “지난 한 달 동안 수천 명의 민간인이 사상하고 수십만 명이 피난길에 올랐으며, 병원과 학교 등 필수 민간 기반 시설이 파괴되었다”고 현장 상황을 보고했다.
실제 민간인 피해 규모는 지속적으로 집계되고 있다. 레바논 국영 통신사(NNA) 보도에 따르면, 일요일 오전 레바논 남부 마루브(Maaroub) 마을의 한 주택에 가해진 공습으로 6명이 사망했다. 또한 레바논 민방위 당국은 베이루트의 카라카스(Caracas) 구역 건물을 겨냥한 폭격으로 6명이 사망했으며, 붕괴된 지붕 아래에 10대 소년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국제사회는 현재의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전쟁의 영향으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은 인류의 양심이자 국제법이 인정하는 도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국의 물리적 봉쇄 조치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민간인 인명 피해와 기반 시설 파괴를 막기 위한 양국의 무력 사용 중단과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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