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8일, 미국 시카고 출신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즉위명으로 ‘레오 14세’를 선택하며, 가톨릭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이 되었다.
이번 콘클라베는 5월 7일부터 이틀 동안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며, 4차 투표 만에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프랑스 출신의 장폴 베스코 추기경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콘클라베 직후의 분위기를 전하며, 새로운 교황의 탄생이 가져온 감정이 “엄청난 기쁨과 감동”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레오 14세는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으로, 20년 가까이 페루의 빈민가에서 선교와 사목 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그는 이후 교황청 주교성 장관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교회 운영 경험을 쌓았고, 이러한 이력은 그가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중도 성향의 인물로 평가받는 배경이 되었다. 호주의 유력 일간지인 The Australian은 레오 14세를 두고 “온건한 개혁을 추구하는 교회의 통합자”로 묘사하며, 그의 리더십이 앞으로의 교회 개혁에 실용적인 접근을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나이지리아의 주요 매체 Pulse Nigeria는 그를 “다양한 문화권에서 사목한 경험을 갖춘 글로벌 리더”로 소개하며, 문화적 다양성과 실무 경험을 모두 갖춘 인물의 등장이 교황청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페루, 라틴아메리카, 북미를 아우르는 폭넓은 현장 경험은 전 세계 가톨릭 공동체 간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그의 즉위명 ‘레오 14세’는 19세기 후반 사회교리를 확립하며 현대 가톨릭의 기틀을 다진 레오 13세 교황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레오 13세는 산업화 시기의 불평등과 노동문제를 직시하며,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교황으로, 레오 14세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사회적 약자와 주변부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국제 사회가 각종 분쟁과 분열로 혼란을 겪는 시점에서 레오 14세의 선출은 단순한 종교적 사건을 넘어선 세계적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중도적이고 포용적인 성향의 지도자가 교황직에 올랐다는 사실은 가톨릭 교회가 다시금 인류의 통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강화하고, 교황청이 갈등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더욱 확대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