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이 중앙아시아 최초로 NVIDIA의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슈퍼컴퓨터를 정식 가동하면서, 이 지역의 기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카자흐스탄 디지털개발·혁신·우주산업부는 최근 NVIDIA H200 아키텍처에 기반한 슈퍼컴퓨팅 시스템을 공식 출범시켰다.
BAQ.KZ의 보도에 따르면, 이 슈퍼컴퓨터는 FP8 방식 기준 약 2엑사플롭스의 연산 성능을 자랑하며, 이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유례없는 처리 속도로 평가된다. 이를 통해 과학연구와 고성능 컴퓨팅(HPC)은 물론, 정부기관의 폐쇄 데이터 처리와 인공지능(AI) 기반 제품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카자흐스탄 인공지능·혁신개발위원회 기즈자트 바이투르시노프 위원장은 “이 슈퍼컴퓨터는 스타트업, IT 기업, 공공기관들이 인공지능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될 것”이라며, “기존에는 외국 슈퍼컴퓨터 사용 시 보안 문제로 인해 제약이 많았지만, 이번 도입으로 이러한 제한이 해소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스템은 정부 서비스의 효율성과 품질 개선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 환경, 기후 예측 분야 등에서의 데이터 분석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 가치가 크다. 바이투르시노프 위원장은 “국가의 디지털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적으로 이번 슈퍼컴퓨터는 최신 GPU 내부 설계 방식인 ‘호퍼(Hopper)’를 적용한 NVIDIA H200 칩셋을 기반으로 한다. 고속 메모리 HBM3e를 141GB 탑재해 초당 4.8TB의 대역폭을 제공하며, 이는 이전 세대인 H100 대비 두 배 가까운 성능 향상을 이뤘다. 또한 NVLink 기술을 통해 GPU 4개를 연결할 수 있고, MIG(Multi-Instance GPU) 가상화 기술로 GPU를 7개의 인스턴스로 나눠 사용할 수 있어 자원의 활용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NVIDIA H200은 특히 생성형 AI 분야에서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 언어모델(LLM)인 GPT-3, Llama2 등을 기반으로 하는 모델 훈련 및 추론 작업뿐 아니라, 복잡한 과학 시뮬레이션이나 기후 예측 등 고부가가치 작업에도 적합한 플랫폼으로 평가받고 있다.
BAQ.KZ는 이와 같은 GPU 슈퍼컴퓨터가 현재 일본, 덴마크, 미국 등 주요 기술 선진국에서도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일본의 AIST 국가슈퍼컴퓨팅센터는 H200 GPU 6,128개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가동 중이며, 덴마크의 게피온(Gefion),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도 연구와 의료, 예측 분석 분야에서 H200 기반 클러스터를 운용 중이다.
이처럼 글로벌 수준의 기술을 자국에 도입한 카자흐스탄은 단순한 IT 인프라 강화를 넘어, 국가 주도의 디지털 생태계 구축과 인공지능 산업 육성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향후 카자흐스탄은 고급 AI 인재 육성, 국산 AI 제품 개발, 데이터 주권 확보 등에서 눈에 띄는 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 같은 기술 진보는 한인 사회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IT 및 데이터 분야에 진출한 한인 기업이나 청년 창업자들에게 새로운 협력 기회와 시장 접근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으며, 정부 주도의 디지털 전략이 강화됨에 따라 관련 분야의 전문 인력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및 언어 역량을 갖춘 고려인 차세대에게는 새로운 진출 무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