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고등교육이 대대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나자르바예프대학(Nazarbayev University, NU)의 실행 부총장 아슬란 사린지포프와 막수트 나라카예프대학(MNU)의 교무처장 세르게이 펜은 최근 카진폼의 팟캐스트 ‘BIZDIÑ ORTA’에 출연해 개혁의 방향성과 도전 과제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들은 교육 재정, 품질 기준, 학문적 정직성, 국제 경쟁력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현장의 문제와 해법을 짚었다. 특히 두 대학은 교육의 질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NU는 표절과 부정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 중이다. 사린지포프는 이 원칙이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대학의 핵심 운영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NU에서는 입학 첫 해에 전체 학생의 10~15%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고 있다.
해외 유수 대학의 분교 유치에 대해서도 견해가 제시됐다. 세르게이 펜은 단순한 캠퍼스 확장만으로는 의미가 없으며, 현지 대학과의 공동 연구와 협력 교육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진정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졸업생 유출? “국가 역량의 지표”
카자흐스탄의 졸업생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현상에 대해, 두 교육 전문가는 부정적 시각을 경계했다. 사린지포프는 “세계가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며, 실제로 전체 졸업생의 90~92%는 다시 카자흐스탄으로 돌아오거나 국내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세르게이 펜은 카자흐스탄 내 대학들이 유럽연합(EU)에서 학위 인정을 받고 있으며, 영국의 품질보증(QA) 인증도 획득하고 있기에 국제적 신뢰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볼라삭’ 장학사업, 해외 유학에서 교수 유치로
카자흐스탄 대표 유학 지원 제도인 ‘볼라삭’도 방향을 틀고 있다. 과거에는 학생을 해외에 보내는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해외 교수진을 국내로 초빙해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사린지포프는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구조를 바꿨다”며, 같은 예산으로 국내에서 두 배 이상의 학생을 교육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수진에게는 실험실과 기반시설을 제공해 연구 여건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카자흐스탄 대학들이 이제는 동유럽과 아시아 주요 대학들과 질적 수준에서 대등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언어, 역사, 문화 등 국가 정체성도 교육 과정에 자연스럽게 담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NU에는 카자흐스탄 국적 교수 비율이 30%에 달하며, 젊은 과학자 수만 1,5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교육시장 노리는 카자흐스탄, “핵심은 질과 개방성”
카자흐스탄은 이제 단순히 국내 수요를 충족하는 데에서 나아가, 국제 교육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도약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린지포프는 다수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현지에 남아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카자흐스탄은 국제 교육의 틈새시장을 차지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의 질과 인정, 개방성에 끊임없이 투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창조산업 발전도 하나의 방향으로 떠오르고 있다. 팟캐스트에서는 한국 사례가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한때 한국은 고난도 기술을 정교하게 복제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스스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자각과 함께, 상상력과 창의성을 육성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K-팝과 드라마, 게임 등 문화 산업 전반이 혁신적으로 성장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기술 중심 교육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접목한 한국의 접근 방식은 글로벌 창조 산업의 모델로 언급됐다. 카자흐스탄 역시 최근 들어 이 같은 방향으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트 허브 설립과 창의적 교육 형식 도입 등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비판적 사고를 지닌 학생들이 점점 더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제대로 뿌리내린다면, 정직성과 개방성을 기반으로 한 학문 생태계 속에서 미래를 이끌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 대학과의 협력도 주목
카자흐스탄의 교육 개혁이 속도를 내면서 한국과의 교육 협력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공동연구와 교환학생, 공동 교육과정 운영 등 실질적인 협력 모델이 다양하게 제시된다.
특히 카자흐스탄이 창조산업과 혁신 교육 모델을 적극 도입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 대학들은 문화 콘텐츠, 디자인, 디지털 기술 융합 교육 등의 분야에서 협력할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K-팝, 드라마, 게임 등 창의적인 산업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카자흐스탄 대학과 공동 연구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혁신적 학습 모델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카자흐스탄이 추진 중인 해외 교수진 유치 프로그램에 한국 대학의 전문 인력이 참여할 경우, 양국의 교육 생태계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이 보유한 교육 품질 인증 시스템(QA)과 ICT 기반 콘텐츠도 협력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카자흐스탄, 해외 학위 인정 절차 변경…대학 순위 기준 강화’에 대한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