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월곡고려인문화관 ‘결’(이하 월곡고려인문화관)은 강제이주와 정착을 거쳐 이어진 고려인의 160년 디아스포라 역사를 한 공간에 응축하고 있다. 이곳을 이끌고 있는 김병학 관장은 카자흐스탄에서 한글학교 교사와 『고려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고려인 사회와 깊은 연계를 이어온 인물이다. 그는 오랜 시간 자료 수집과 정리, 그리고 공동체와의 교류를 바탕으로 고려인의 기억을 보존하고 재구성하는 일에 전념해 왔다. 김 관장이 수행하는 역할은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강제이주의 시간을 지나온 고려인의 역사적 존재를 한국 사회의 서사 속에 다시 위치시키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사라질 위험 속에 놓여 있던 기록과 생활유물을 수집하고 정리해, 고려인의 삶을 ‘현재의 역사’로 재배치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알마티를 다시 방문한 김병학 관장을 만나 월곡고려인문화관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Q. 관장님께서 월곡고려인문화관을 맡게 되기까지의 여정에는 어떤 단계들이 있었습니까? 이 공간이 갖는 의미를 먼저 듣고 싶습니다.
월곡고려인문화관은 이름은 문화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고려인 역사유물 전시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해주 이주 시기부터 오늘까지 고려인 사회의 이동과 정착, 그리고 문화의 흐름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고려인의 강제이주 과정과 시대적 격변 속에서 유물과 기록이 쉽게 소실될 위험이 있었습니다. 고려인들의 장례 문화 속에는 유품을 소각하는 관습도 있어 보존이 더욱 어려웠습니다.
그런 가운데 오랫동안 자료를 모은 분과 함께 분류 작업을 하게 되었고, 그분이 작고하시며 자료를 저에게 맡기셨습니다. 그 유산을 받아 문화관의 기초가 마련되었습니다.
이 공간은 단순히 과거를 바라보는 곳이 아니라, 흩어진 기억을 다시 연결하여 현재 세대가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Q. 유물 수집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수집과 보존을 통해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습니까?
고려인의 삶은 디아스포라의 과정 속에서 전개되어 왔고, 상실과 이동이 반복되는 역사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물 수집은 ‘물건을 모으는 행위’가 아니라 사라지는 기억을 잇는 행위였습니다.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사라지고, 역사가 사라지면 정체성도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유물 수집은 삶의 흔적을 붙잡는 일, 즉 공동체가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일이었습니다.
Q. 현재 보유한 자료는 어느 정도이며, 어떤 방식으로 고증과 정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현재 전수 조사된 자료는 약 1만 2천여 점입니다.
그중 사진이 약 4천 장, 서적과 문헌, 육필 원고가 천여 건 이상이고, 주방 도구를 포함한 생활용품 자료도 있습니다.
다만 인물과 시기, 장소를 명확히 하기 위한 고증 작업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시간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Q. 광산구 고려인마을은 다른 지역과 다른 형성 과정을 지니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배경을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안산이나 인천 같은 곳은 공단 노동 수요에 따라 경제적 이유로 자연 형성된 공동체라면, 광주는 조금 다릅니다.
고려인들이 임금체불, 의료, 체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광주의 노무사, 의료진, 종교단체, 시민단체가 무료로 돕는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를 믿을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었고, 그 신뢰가 공동체를 이루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소수자 공동체를 지원하려는 지역 사회의 태도가 이 마을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변화가 크다고 들었습니다. 인구 구조와 정착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공식적으로 등록된 인구는 약 5천 명입니다.
그러나 일자리를 찾거나 치료를 위해 드나드는 유동 인구까지 포함하면 약 7천 명으로 봐야 합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려인 난민 1,300명 중 약 900명이 광주로 들어왔습니다.
이미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이주자들이 그 공동체를 의지하며 함께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Q. 한국 사회에서 성장하는 고려인 청소년들은 언어와 학교 적응, 정체성 문제를 함께 겪는다고 합니다. 문화관은 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이 문제는 고려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교육 시스템과 연결된 문제라고 봅니다.
학령인구가 줄어든 상황에서 학생 수를 채우기 위해 고려인 학생이 배치되지만, 교육 체계는 그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학생 수는 채워지지만 교육과 돌봄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문화관은 진로지도 기관은 아니지만, 정체성과 기억을 회복하는 장소가 되고 있습니다.
소련 시기 교과서에는 고려인의 역사가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역사적 배경을 처음 알게 되는 장소가 바로 이곳입니다.
“우리는 이런 역사를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은 성장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Q. 최근 구축한 사이버 전시는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자료 중 4천 점을 선별해 디지털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미디어월 전시 시스템으로 구현했습니다.
유물을 선택하면 관련된 인물·장소·사건이 연결되어 확장되는 구조입니다.
이는 단순 보존이 아니라 역사를 관계망 속에서 다시 읽어내는 방식입니다.
Q. 앞으로 준비 중인 전시나 연구 방향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중앙아시아 고려인 한글문학 기획전과, 고려인의 생활문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를 준비 중입니다.
역사 서사뿐 아니라 생활 속 정서와 감각을 담아낼 수 있는 전시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광주 월곡의 한 문화관에서 시작된 기록과 복원의 작업은, 한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다시 자신의 역사적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김병학 관장의 말처럼, 기억을 보존한다는 것은 결국 “존재를 증명하는 일”일 것이다. 이 공간이 앞으로도 고려인의 시간과 마음을 이어가는 통로로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포토단신] 천산 자락에서 쉼을 찾는 사람들, 천산산악회 10월 월례회 개최](https://kazkorean.kz/wp-content/uploads/2025/10/20251018_1954111024-576사이즈-360x180.jpg)
![📌 [포토단신] 중소기업연합회 10월 월례회 개최](https://kazkorean.kz/wp-content/uploads/2025/10/중소기업연합회중기연-2025년-10월-월례회-360x180.jpg)










![[단신] 2025년 9월 1일부터 카자흐스탄에서 바뀌는 것들](https://kazkorean.kz/wp-content/uploads/2025/08/카자흐스탄에서-2025년-9월-1일부터-바뀌는-것들-360x180.webp)

![[인터뷰] 월곡고려인문화관 ‘결’ 김병학 관장](https://kazkorean.kz/wp-content/uploads/2025/11/20251026_1712121024-576사이즈-360x180.jpg)


![[인터뷰] 김대영 오픈헬스케어 카자흐스탄 법인대표](https://kazkorean.kz/wp-content/uploads/2025/10/김대영-오픈헬스케어-법인-대표-360x180.jpg)





![[주택 매매] 실거주 또는 투자 추천 128평](https://kazkorean.kz/wp-content/uploads/2025/07/부동산_주택-128평-3-360x180.jpeg)


![쿠쿠 전기밥솥[판매완료]](https://kazkorean.kz/wp-content/uploads/2025/07/쿠쿠전기밥솥-360x180.jpg)

![[인터뷰] 월곡고려인문화관 ‘결’ 김병학 관장](https://kazkorean.kz/wp-content/uploads/2025/11/20251026_1712121024-576사이즈-750x422.jpg)





![[인터뷰] 김대영 오픈헬스케어 카자흐스탄 법인대표](https://kazkorean.kz/wp-content/uploads/2025/10/김대영-오픈헬스케어-법인-대표-350x250.jpg)

![📌 [포토단신] 천산 자락에서 쉼을 찾는 사람들, 천산산악회 10월 월례회 개최](https://kazkorean.kz/wp-content/uploads/2025/10/20251018_1954111024-576사이즈-350x250.jpg)


![[인터뷰] 월곡고려인문화관 ‘결’ 김병학 관장](https://kazkorean.kz/wp-content/uploads/2025/11/20251026_1712121024-576사이즈-120x8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