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 내 금의 비중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화 자산의 정치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이 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kapital.kz 보도에 따르면, UBS 그룹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 40개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관리자 중 52%가 향후 1년 내 금 보유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39%는 금을 자국 내로 반입해 보관하는 ‘금의 본국 회수’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혀, 금의 물리적 통제 가능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은 2022년 말 이후 금 가격 상승세와도 맞물려 있다. 러시아의 외환보유고가 동결된 사건 이후, 금은 압류가 어려운 자산으로서의 매력을 높이며 유로를 제치고 2024년 국제 외환보유고에서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자산으로 부상했다. UBS 애셋 매니지먼트의 필리프 살만 분석가는 “지정학적 갈등과 주요 경제권 간 관계 악화에 대한 보험적 성격으로 금이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의 매입은 실제 수치로도 확인된다. 세계금위원회(WGC)의 추정에 따르면, 2025년 5월 한 달 동안 세계 중앙은행들은 총 20.5톤의 금을 추가로 매입했다. 이 가운데 카자흐스탄이 7.4톤으로 가장 많은 금을 구매했으며, 튀르키예(6.4톤), 폴란드(6.2톤), 중국(1.9톤), 체코(1.6톤), 키르기스스탄(1.3톤), 캄보디아(1톤)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미국 달러화의 국제적 위상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달러화의 외환보유고 내 비중은 58%로, 2000년의 약 70%에서 크게 감소했다. 반면 유로화는 20% 수준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UBS의 마시밀리아노 카스텔리 전략 담당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 관리자들 중 약 29%는 향후 미국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66%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내 법치주의의 약화 가능성이 자산 포트폴리오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화의 국제적 지위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약 80%는 향후 수년간 달러가 여전히 세계 주요 준비통화로 기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향후 5년 내 달러화의 신뢰 약화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자산으로는 유로화, 중국 위안화, 그리고 암호화폐가 꼽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단순한 자산 배분 전략의 변화가 아니라, 세계 금융 질서의 재편 가능성을 시사한다. 금의 물리적 보유와 본국 회수 전략은 자산의 정치적 중립성과 통제 가능성을 중시하는 흐름을 반영하며, 이는 향후 국제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