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전역에서 8월 10일, 국민 시인이자 철학자이며 계몽가인 아바이 쿠난바예프(쿠난바이울리)의 탄생 18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카진폼 보도에 따르면 이날은 아바이의 정신과 유산을 되새기고, 그가 남긴 문학적·철학적 업적을 기리는 날로 자리매김했다.
수도 아스타나에서는 연초부터 대규모 기념 프로그램이 이어졌으며, 알마티에서는 8월 한 달 동안 120여 건의 공연·전시·문학 콘서트가 개최됐다. 누르술탄에서는 아바이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렸고, 알마티의 문학 콘서트에서는 시민들이 그의 시를 낭독하며 문학적 울림을 공유했다. 카라간다주에서는 청소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코스타나이주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이 아바이의 시를 바탕으로 창작 공연을 선보였다. 카진폼은 “아바이의 유산은 세대를 넘어 문화예술 전반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전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도 8월 10일 성명을 통해 “아바이는 단순한 시인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도덕과 지성의 상징”이라며 “그의 사상은 오늘날에도 국가 발전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생애와 업적
아바이 쿠난바예프는 1845년 8월 10일(율리우스력, 현행 그레고리력 기준 8월 23일) 세미팔라틴스크 인근 지데바이에서 카자흐계 부유층 가문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이브라힘’이었으나 이후 ‘아바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는 시골의 무슬림 교사에게 기초 교육을 받은 뒤 세미팔라틴스크의 아흐메트 리자 신학교와 러시아 교회 학교에서 수학하며 아랍어, 페르시아어, 튀르크어, 러시아어를 익혔다. 동시에 동서양 문학을 폭넓게 접하며 창작 활동의 토대를 다졌다. 시 창작은 학창 시절부터 시작됐으며, 처음에는 친구 코크파이 잔타소프의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했다. 13세 무렵부터는 가문의 지도자 역할을 준비하며 학문과 사회 활동에 힘썼다.
아바이는 스스로 연구와 글쓰기를 이어가며 40세 이전에 대표적인 시들을 완성했다. 피르도시, 나보이, 니자미, 푸질리, 이븐 시나 등 동양의 거장들과 푸쉬킨, 레르몬토프, 크릴로프, 괴테 등 러시아·서구 문학인들의 작품이 그의 문학 세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카자흐 시에 8행과 6행 형식 등 새로운 구조를 도입하며 문학적 혁신을 이뤘다. 시 약 170편과 56편의 번역시, 그리고 산문집 「교훈의 말씀들(Қара сөздер)」은 116개 이상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독자와 만났다. 그의 일부 저작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작곡가로서도 다수의 곡을 남겼으며, 특히 「Көзімнің қарасы(내 사랑의 눈동자)」는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민요가 됐다.
생전에 그는 젊은 예술가들을 이끌며 문학·음악·사상의 전파에 힘썼다. 알라시 오르다 운동 지도자들에게도 정신적 스승으로 존경받았으며, 알리한 부케이하노프가 그의 첫 전기를 집필하고 시집 발간을 주도했다. 1909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아랍 문자인 카자흐어로 된 120쪽 분량의 시집이 출간됐다.
아바이 연구자인 가리폴라 에심은 “아바이가 없었다면 카자흐 문화 자체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의 인류애와 형제애의 정신은 종교와 출신을 초월한다고 평가했다. 또 무흐타르 아우예조프의 대작 『아바이의 길』을 통해 그의 사상과 생애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속의 아바이, 한국과의 인연
아바이의 이름을 딴 거리, 기념비, 문화센터는 러시아 모스크바와 카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중국 베이징, 인도 뉴델리, 이집트 카이로, 헝가리 부다페스트, 프랑스 파리와 렌, 독일 베를린, 터키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 세계 각지에 세워져 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서울에는 2021년 아바이 동상이 세워져 양국 간 문화 교류의 상징이 됐다. 카진폼은 “서울에 세워진 아바이 동상은 양국 우호의 표징이자, 그의 사상이 동아시아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또한 아바이의 작품은 한국어로 번역·출간돼 독자와 만나고 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아바이 관련 강좌가 개설되는 등 학문적으로도 조명되고 있다.
이와 같이 아바이 쿠난바예프의 삶과 사상은 카자흐스탄의 역사와 문화를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돼 있다. 그의 시와 철학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인간의 도덕과 지성, 그리고 문화적 자긍심을 일깨우는 등불로 남아 있으며, 이번 180주년 기념행사는 그 불씨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기 위한 소중한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