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을 맞아 한국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동시에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이 8월 13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관객들과 만났다. 알마티 국립 고려극장과 메가 알마타 쇼핑몰 내 시네마에서 진행된 이번 상영회는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고려인 디아스포라와 독립운동의 기억을 되살리는 깊은 울림의 장으로 평가받았다. 일부 관객들은 아쉬운 자막 처리와 AI로 구성된 어색한 장면, 반복되는 몇몇 화면 등 완성도 면에서 부족함을 지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홍범도 장군과 독립군들이 품었던 독립에 대한 열망을 따라가기에 충분한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문승욱 감독은 대한민국 군대의 뿌리를 되묻는다. 그는 “국군의 시작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과 광복군의 무장투쟁이 오늘의 군대 정체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봉오동·청산리 전투 등 실존했던 독립전쟁의 기록을 따라가며, 무명의 독립군들이 지켜낸 시간 위에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문 감독은 “죽지 마라, 독립을 볼 때까지”라는 내레이션을 통해, 현재의 군이 과거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성찰을 유도한다.
영화는 홍범도 장군과 무장 독립군의 실존 전투를 중심으로, 1920년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실제 기록과 스탈린 정권 하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의 삶을 교차 편집해 구성되었다. 특히 카자흐스탄에 뿌리내린 고려인 공동체가 어떻게 민족의 정체성과 기억을 지켜왔는지를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단순한 과거가 아닌 현재의 질문을 던졌다.
상영 후 관객들은 영화 속 조진웅 배우의 나레이션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싸우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가 아니라, 아무도 싸우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니까 싸우는 것이겠지요.”라는 대사는, 단순한 전투의 의미를 넘어 저항의 본질과 침묵의 위험을 되묻는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대사는 상영회장을 가득 채운 침묵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울려 퍼졌고, 관객들의 기억에 강하게 각인되었다.
또한 영화 후반부에 등장한 또 다른 나레이션은 관객들의 감정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우리는 모두 형제이다. 오늘 나와 함께 피 흘린 자는 모두 내 형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대사는, 단순한 전투의 기록을 넘어, 함께 싸우고 함께 고통을 나눈 이들 사이에 형성된 연대와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이 짧은 문장은 역사 속 인물들을 단순한 기록이 아닌 살아 있는 공동체의 일부로 되살려내며, 관객들에게 그들의 희생과 결의를 오늘의 삶 속에서 다시 마주하게 하는 울림을 남겼다.
이번 상영회는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 고려인 사회와 한국 교민, 현지 관객들이 함께 기억하고 되새기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기능했다. 특히, 영화 후반, 고려인 인터뷰를 통해 오늘날 청소년과 청년들에게도 홍범도 장군이 지켜낸 정신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보인다. 영화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개인의 기억을 현재를 살아가는 공동체의 책임으로 확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2025년, 광복 80주년을 맞은 지금,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모두 형제이다. 오늘 나와 함께 피 흘린 자는 모두 내 형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 이 시대에 홍범도 장군과 함께 싸운 독립군들의 다음 형제는 누가 될 것인가. 그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처럼 우리 모두에게 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