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과 중국 간의 경제 협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forbes.kz 보도에 따르면, 최근 아스타나에서 열린 ‘파워 센트럴 아시아 + 중국’ 에너지 포럼을 계기로 양국 기업 간 다수의 협약이 체결되었으며, 이를 통해 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의 전략적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포럼에서 중국 국영 PowerChina는 카자흐스탄 내 연구개발(R&D) 센터 설립과 탈탄소화 기금 조성 협약을 체결했으며, China Southern Power Grid와는 고압직류(HVDC) 송전망 및 수력저장 발전소 건설 협력도 논의됐다. 또 다른 협약 파트너인 Huawei Kazakhstan은 에너지 산업의 디지털화와 사이버 보안 체계 강화 부문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forbes.kz는 이 같은 일련의 계약들이 중국의 에너지 기술 및 디지털 역량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진출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자본의 확장은 에너지 부문에 그치지 않는다. 알마티 지하철 확장 사업의 경우, 알마티시는 향후 수년간 최소 세 개의 노선 동시 건설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를 위한 자금 조달 논의 과정에서 중국 수출입은행(China Exim Bank)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중국 금융기관의 카자흐스탄 인프라 투자 참여가 점차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물류와 교통 인프라 부문에서도 중국 자본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알마티 외곽에 개장한 국제 물류 허브는 카자흐스탄 철도공사와 중국 시안 자유무역항 운영사가 공동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로, 중앙아시아-중국 간 육상 물류 흐름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할 전망이다. 또한 카자흐스탄-중국 교통 포럼에서는 알마티-두스티크 우회 철도, 아크타우 항만 컨테이너 터미널, ‘중부 회랑(Middle Corridor)’을 따라 이어지는 복합 운송망 등 대규모 교통망 확충 계획이 논의되었으며, 여기에 중국 측의 투자 참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중앙아시아 역내 협력 확대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KOTRA의 25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역내 국가들은 러시아를 우회하는 CKU 철도, 중국-중앙아시아-이란 철도, 5개국 철도회랑 등 다자간 물류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 간 물류 인프라 개선을 통해 교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에 따라 중국뿐 아니라 역내 협력 체계 전반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처럼 카자흐스탄 전역에 걸쳐 중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에너지, 물류, 교통 등 핵심 분야에서 중국 주도의 프로젝트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 내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카자흐스탄과 중앙아시아 시장을 주목해 온 한국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중국 기업의 자본력과 빠른 사업 실행력은 한국 기업들의 진입 기회를 줄일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도로, 철도, 항만 등 주요 인프라가 중국 주도로 구축될 경우, 한국 기업들은 자연히 물류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한 조건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Huawei와 같은 중국 ICT 기업이 디지털 전환과 사이버 보안 인프라까지 장악하게 될 경우,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정책 대응, 현지 맞춤 전략 등 여러 측면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한편, 중앙아시아 역내에서는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KOTRA는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은 캄바라타 수력발전소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며,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도 자라프샨 강 유역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전력 안정성을 높이고, 향후 유럽과의 에너지 교역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제조업 부문에서도 역내 협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KOTRA 보고서에 의하면,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은 산업협력센터를 설립하고 자동차·화학·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키르기스스탄에 자동차 공장을 신설하는 등 역내 생산 기반도 다변화되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투자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경제적 자립과 외교적 균형을 도모하는 ‘다변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미국 등과의 경제 협력도 병행하며 중국 중심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의 산업기반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단순한 참여 수준을 넘어, 기술력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진출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 기업들은 현지 정부 및 공공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단순 수출 위주 전략에서 벗어나 현지 맞춤형 기술제공, 합작투자, 인력 교류 등 복합적 접근을 통해 시장을 확대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특히 스마트시티, 에너지 고도화, 디지털 물류 등 분야에서 한국이 보유한 고부가가치 기술을 현지 프로젝트에 접목할 수 있는 틈새를 공략하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중국 자본의 전방위적인 투자 확대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경쟁 강도를 크게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한국은 고급 장비, 스마트시티 기술, 디지털 인프라 등 차별화된 전략적 이점을 살려 진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특히 알마티와 같은 핵심 광역도시에서는 중국 자본이 메인 프로젝트를 주도하더라도, 하부 사업 참여나 컨설팅, 스마트 기술 도입 등에서 틈새 시장이 열릴 여지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 중심의 인프라 구축이 지역 내 의존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다변화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와 기업의 전략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따라서 한인 기업과 현지 한국 공동체는 중앙아시아 진출 기회 확대와 더불어 투자 방향이나 경쟁 구도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과 중앙아시아 간 협력이 지속 확대될 경우, 향후 정치·안보적 영향력까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한국은 단순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외교·안보적 관점에서도 중앙아시아 정책을 다시 설계할 시점에 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