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외 지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한국어 신문, 고려일보! 디지털과 다원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고려인 사회의 목소리를 기록하며 카자흐스탄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고려일보는 1923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선봉’이라는 제호로 처음 발행된 이후, 1938년 강제 이주로 인해 키질오르다에서 ‘레닌기치’라는 이름으로 재창간되었으며, 1954년에는 카자흐스탄 공화국을 대표하는 신문으로 위상을 확립했다.
1978년부터는 알마티에서 발행되어 왔고, 1991년에는 ‘고려일보’라는 현재의 이름으로 개편되면서 독립 이후 고려인 사회의 정체성과 시대 흐름을 함께 반영해 왔다. 현재는 주 1회, 약 1000부가 발행되어 카자흐스탄 전역에 배포되며, CIS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한국어 신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한인신문 온라인판 창간을 맞아 우리는 고려일보 김 콘스탄틴 주필을 지면에 초대했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고려인 언론의 방향과 정체성, 그리고 2025년을 살아가는 고려인들이 한국과 한국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김 주필의 시선을 통해 살짝 엿보고자 한다.
– 안녕하세요, 주필님. 바쁘신 가운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독자들께 간단한 인사와 함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김 콘스탄틴이라고 합니다. 『고려일보』 주필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인신문』 독자 여러분께 따뜻한 인사를 드리며, 장원기 신임 편집장님께도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전합니다. 『고려일보』 편집부를 대표해 편집장으로의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 고려일보는 정말 오랜 역사를 지닌 매체인데요, 주필님께서는 언제부터 이 신문과 인연을 맺으셨나요? 그리고 지금까지 어떠한 역할로 언론 활동을 이어오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 『고려일보』는 국외에 있는 한민족 매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신문입니다. 저에게는 이 신문에서 일하는 것이 매우 큰 영광입니다. 저는 2000년대 초 우슈토베에서 『고려일보』의 특파원으로 언론 활동을 시작했고, 2006년에는 알마티 지사 기자로 초청을 받았습니다. 그 후 한동안 다른 매체에서도 일했으며, 2009년 『고려일보』 주필로 다시 초청받아 지금까지 이 자리를 맡고 있습니다.
– 2025년 현재, 고려일보가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주제나 방향성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특별히 집중하고 계신 기획이나 프로젝트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오늘날 『고려일보』는 카자흐스탄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벌어지는 주요 사건과 카자흐스탄과 한국 간의 관계도 다루고 있습니다. 신문에는 다양한 고려인 인사들과의 인터뷰가 정기적으로 실리고 있으며, 유명 인물뿐 아니라 평범한 고려인들의 이야기도 포함됩니다. 주요 고정 코너로는 ‘코리아 창(窓)’, ‘사람이 사람을 말하다’, ‘동포사회’ 등이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분기마다 컬러로 인쇄된 고급 잡지 『KISTORY』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 잡지는 오랜 꿈이었고, 이제 발간된 지 2년이 되었습니다. 큰 성과 중 하나는 『고려일보』가 여전히 한국어 면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덕분에 이 신문은 진정한 ‘한국 신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고려인 사회 속에서, 언론의 방식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종이신문 외에 온라인 콘텐츠나 SNS 연계에 대한 고민도 하고 계신가요?
–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지금, 저희에게 있어 종이신문을 유지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고려일보』는 단순한 신문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유산이기 때문에 인쇄판을 계속해서 발행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소셜미디어 플랫폼도 적극적으로 운영 중입니다. 저희는 자체 홈페이지, 유튜브 채널, 페이스북, 텔레그램, 틱톡 계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CIS 국가에 발행되는 모든 고려인 신문과 카자흐스탄의 모든 민족 신문들 가운데 가장 많은 팔로워 수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러시아어, 독일어, 위구르어, 터키어 신문도 발행되고 있습니다.)
– 한인신문 온라인판이 새롭게 문을 열었는데요, 이번 창간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 또 고려일보와의 협력이나 교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한인신문』이 자체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는 매우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기꺼이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양쪽이 정보를 교류함으로써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은 한국 사회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한국에 있는 동포들도 고려인 사회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입니다. 이는 문화 교류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고려인 사회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과는 달라졌을까요? 주필님이 느끼시는 변화나 인상적인 흐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과 고려인 사회 간의 관계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고려인들이 한국을 ‘형의 나라’처럼 여기며 도움과 지원을 기대했었고, 한국도 그런 도움을 많이 주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이제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와 『고려일보』는 한국과 대등한 파트너로 협력하길 원하며, 공동 프로젝트를 함께 실행하고 싶어 합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한국 쪽의 태도가 많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매주 다양한 한국 단체들이 편집부를 방문하지만, 대부분은 단순한 방문과 기념사진 촬영에 그치고 다시 돌아갑니다. 저희는 단순한 방문보다는 정보 교류, 한국 문화와 언어의 보급, 국제 교류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공동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길 원합니다.
– 한국 사회나 한국인에 대해 개인적으로 느끼는 시각이 있으시다면, 고려인 언론인의 입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기록해 보고 싶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 카자흐스탄 고려인들과 『고려일보』는 한국과 카자흐스탄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비즈니스, 문화 등 양측에 모두 흥미로운 이슈들을 다루면서 양국 간의 매력을 상호 조명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고려일보』는 그런 신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이번 온라인판 창간을 계기로 한인신문을 읽게 될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 『고려일보』 편집부를 대표해 『한인신문』의 온라인판 창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창의적인 활동과 더 많은 독자 확보를 기원하며, 앞으로의 유익한 협력을 기대하겠습니다!
고려일보는 오랜 시간 동안 고려인 사회의 삶과 정체성을 기록하며 한인 언론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김 콘스탄틴 주필과의 이번 지면 대담을 통해 우리는 그 기록의 의미를 되새기고, 디지털 시대를 맞은 고려인 언론의 방향성과 고민을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2025년을 살아가는 고려인들이 한국과 한국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시선은, 이 지역 한인 사회의 인식 변화와 언론의 역할을 가늠해 보는 하나의 창이 되었다.
앞으로 새롭게 출범한 한인신문 역시, 고려일보와 함께 카자흐스탄 고려인 사회의 다양성과 깊이를 기록하고 이어가는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